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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부상한 정치검찰 논란/④여론 면피용 수사) "검찰조직·특정 정치집단 이익 위해 소극적 수사"
세월호 참사 여론에 떠밀려 5년 만에 특별수사단 출범
"참사 당시 '황교안'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어야"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과거사위 조사 권고에 5년여 만 재수사
뇌물 혐의 구속기소 불구 공소시효 지나 무죄로 석방
2020-01-09 06:00:00 2020-01-09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정치 검찰의 행태 가운데 '여론 면피용' 수사도 법조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 중 하나다. 검찰의 타이밍을 노린 수사, 재량권을 발휘한 기소 등은 여론과 정국을 검찰 조직과 특정 정치집단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여론 면피용 수사는 그것과 정반대다.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수사하지만, 검찰 조직과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소극적'으로 수사하는 행태로 볼 수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정치 검찰의 여론 면피용 수사 관행이 두드러진 사례로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사건이 꼽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전면 재수사하기 위해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출범했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참사가 발생한 지 5년 만이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참사 당일 구조 과정의 의혹에 대해 우선 수사에 착수한 수사단은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6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6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단의 수사 대상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고소·고발한 정부 책임자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수사단이 이들 대상자에게까지 수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수 시사평론가는 "검찰은 세월호 참사에 관해 수사하기는 싫은데, 여론에 등을 떠밀려서 수사하기는 해야겠다고 판단해서 특별수사단을 설치한 것"이라며 "수사하려면 참사가 발생했던 박근혜정부 당시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하는데, 검찰로서는 대선 후보자로 예상되는 황 대표를 수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수사단에 배치된 검사를 보면 '우병우 사단'으로 꼽히거나 진실을 밝히는 것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검사 등이 투입됐다"면서 "이런 상황들이 정말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차 국민 고소·고발 및 고소인 조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학의 전 차관 성 접대 사건도 여론에 떠밀린 대표적 수사에 해당한다. 검찰은 1차로 수사했던 지난 2013년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성 접대 혐의에 대해 동영상 속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2014년 7월 동영상 속 피해 여성 이모씨가 검찰에 고소하면서 다시 수사가 진행됐지만, 검찰은 그해 12월 동영상 속 여성과 이씨가 같은 인물이란 것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면서 또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3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의 사건을 포함한 3건에 대해 본 조사 권고를 의결했고, 대검찰청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을 구성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단은 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인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성 접대 등 뇌물 혐의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하는 등 무죄가 선고돼 김 전 차관은 석방됐다.   
 
뇌물수수와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지난해 11월22일 오후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6년 6월 시작된 롯데그룹 비리 의혹에 관한 수사도 검찰의 여론 면피용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례 중 하나다. 이 수사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수사 중 롯데면세점 입점 허가와 관련한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100억 원대 주식 뇌물수수 등 의혹이 제기된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 사건, 전관 비리 의혹이 제기된 홍만표 전 검사장 등 법조 비리로 비판을 받은 검찰이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수사 초기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됐지만, 신동빈 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과 함께 이른바 '정책본부 3인방' 중 1명인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수사의 동력을 잃었다.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는 등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수사 대상자를 불구속기소한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총수 일가의 배임 등 혐의를 밝혀내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신 회장 등이 매년 계열사에서 받은 100억~200억원대 자금의 성격, 롯데건설 비자금의 정책본부 유입, 제2롯데월드 건립 승인과 관련한 로비 등 의혹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했다. 신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로 다음 날인 9월30일 성주 롯데골프장이 사드 배치 부지로 발표돼 부지 제공의 대가로 수사가 무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롯데그룹 수사에 대해 "정권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재벌 대기업에 관한 수사가 요란하게 시작한 것에 비해서는 부실하게 마무리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정해훈·최병호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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