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란 혁명군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의 일명 '피의 보복'에 미국이 '불균형적 방식'으로 응징에 나설 경우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결국 8일(현지시간) 오전으로 예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에 따라 중동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지 닷새 만이다. 이는 이란이 당초 경고한 '비례적 대응'으로 미국에 당한만큼 그대로 되돌려주겠다는 경고성 보복이다.
미국은 이란 국영TV가 이라크 현지시간으로 새벽 1시20분에 이란이 미군 기지에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하자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당시 미국은 오후 6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받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국가안보팀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날 회의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이란을 향한 반격 등 구체적 대응책에 대해서도 별도의 브리핑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인 8일 오전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당초 CNN은 실무진의 입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 대국민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정정보도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괜찮다. 이라크에 위치한 미군 기지 2곳에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사상자와 피해에 대한 평가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 우리는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단연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잘 갖춰진 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까지는 큰 피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결정적인 것은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인 사상자가 발생했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방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란의 미사일은 미국인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떨어졌다. 아르빌 기지에는 아르빌 국제공항 주변에 떨어졌으며 아르빌 서쪽 33km 지점에 떨어져 사상자가 없다는 발표다.
반면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 8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자에 미사일 15발을 발사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인 테러리스트 80명이 죽고, 미군의 드론과 헬리콥터와 군사 장비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군의 레이더 시스템으로 이란의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괜찮다'라고 한 것에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입은 피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강력한 응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지난 4일에는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결국 공은 미국에 넘어왔다는 평가가 전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에 따른 미국의 구체적 행동이 향후 중동 정세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혁명수비대 역시 이번 미사일 공격에 미국이 또다시 반격을 가한다면 "미국 본토에 대응하겠다"며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도 공격 대상"이라고 해 전면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 기를 발사했다는 뉴스가 보도된 후 7일(현지시간) 워싱턴 내 미 의사당에 불이 켜진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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