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기업은행에서 최근에만 1100억원이 넘는 금융사고가 잇따르면서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평가받아 온 장민영 기업은행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장기간 사고를 적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국책은행 지방 이전까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장 행장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리더십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20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혐의로 94억3971만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습니다. 사고 기간은 2021년 3월16일부터 올해 1월13일까지 약 4년 10개월로, 타 금융기관의 수사 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중국 현지법인에서 833억7600만원 규모의 외부인 사기 사고도 공시했습니다. 현지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가 차주들의 원리금을 별도 계좌로 받아 유용한 사건입니다. 중국법인은 지난 6월 원리금 미정산과 차주 민원이 늘면서 사고를 인지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수개월간 이어진 사고를 내부 점검 과정에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6월에도 기존 47억8500만원으로 공시했던 외부인 사기 사고 금액을 182억2100만원으로 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한 금융사고는 세 건, 공시된 사고 금액만 1100억원을 웃돕니다.
최근 공시된 금융사고 대부분이 외부인의 사기 혐의와 관련돼 있지만, 장기간 거래가 이어지는 동안 은행의 자체 점검을 통해 조기에 포착하지 못했다는 점은 내부통제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 행장 취임 이후 과거 사고들이 잇따라 드러난 만큼 후속 점검과 재발 방지 체계를 얼마나 실질적으로 마련하느냐가 장 행장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전망입니다.
장 행장은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자금 운용과 IBK경제연구소장, 리스크관리그룹장, IBK자산운용 대표 등을 거쳤습니다. 특히 리스크관리그룹장을 지낸 대표적인 내부 출신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지난 2월20일 취임 당시에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정보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보이지 않는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대형 금융사고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올라온 만큼 장 행장이 취임 당시 강조한 내부통제 강화 방침을 실제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안이 하반기 중 마련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금융사고의 원인과 적발 과정을 점검하고 기존 시스템과 업무 관행을 전반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2월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28대 은행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방이전까지…리더십 시험대
장 행장에게는 금융사고뿐 아니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라는 조직 현안도 놓여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지방 이전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10~11월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구체화할 전망입니다.
국책은행 세 곳의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직원들의 주거와 가족 문제뿐 아니라 인력 이탈과 업무 효율성 저하 등 조직 전반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은행 내부 출신인 장 행장이 직원들의 우려를 어떻게 수렴하고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조직의 입장을 전달할지도 리더십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장 행장은 지난 19일 서울에서 열린 2026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에서 지방 이전과 관련해 "아무래도 수도권에 거의 직원이 집중해 있으니까 반대하는 경향이 그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의 반대 여론을 언급했지만 지방 이전 자체에 대한 찬반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내부에서는 장 행장이 조직을 대표해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장 행장이 기업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내부 출신 행장인 만큼, 직원들의 우려를 대변해 조직의 입장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기업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장 행장이 내부 출신 행장이라면 지금처럼 직원들이 지방 이전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조직의 수장으로서 지방 이전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노조와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노조가 장 행장의 발언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단계는 아닙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지방 이전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고 사측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노조 내부에서는 행장이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데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도, 기업은행의 경쟁력과 직원들의 근무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경영진도 조직의 목소리를 함께 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조 측은 아직 노사협의회와 실무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요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공동 TF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할 경우 지방 이전에 따른 조직 경쟁력 저하와 인력 이탈, 직원들의 근무 여건 등을 중심으로 사 측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사고와 지방 이전은 성격이 다른 현안이지만 최고경영자의 리스크 관리와 조직 대응 역량을 동시에 시험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습니다.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는 내부통제 체계를 실질적으로 보완하고, 지방 이전 관련 문제에서는 직원들의 우려를 수렴하면서 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의 입장을 조율하느냐가 장 행장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란 관측입니다.
지난달 11일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연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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