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 기업' 탄생 막는 대주주 규제
동양·ABL생명 중국 IT기업 매각 유력…국내 금융규제로 협업 수준
입력 : 2020-01-15 15:52:27 수정 : 2020-01-15 16:05:18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국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 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을 중국 거대 IT기업인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에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각 사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중국이 IT기업의 보험사 소유를 독려하는 등 인슈어테크 기업을 키우며 보험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 반해 국내는 각종 규제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융합경제 흐름에 맞춰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새로운 대주주로 중국 거대 IT기업인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의 자본 유출을 막는 기조인 만큼 다자보험그룹은 외국 자본이 아니라 중국 국내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중국은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 친화적인 금융 감독정책으로 IT기업의 보험사 설립과 진입을 장려하며 혁신에 나서는 중이다.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규제를 완화해 산업을 육성한 후 사후 문제가 발생하면 감독과 처벌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IT기업과 보험사 간 협업에 그친다. 보험사와 ICT 기업이 손잡고 온라인 전문 보험사를 설립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주주가 IT기업인 전례는 없다. 지난 14일 출범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SKT가 일부 지분을 소유했지만, 대주주는 한화손해보험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보험 중개업 상표권 '베오센스'를 출원했지만 인슈어테크의 기대감을 높였을 뿐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 
 
주 원인은 금융 규제다. 국내에만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규제에 가로막혀 금융사가 아닌 IT기업이 보험사 대주주가 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한 금산분리 기조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보험산업의 규제 혁신은 어렵다는 목소리다. 
 
네이버, SKT 등 국내 IT기업이 보험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보험업법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보험업법 시행령 제10조 4항에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을 위반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을 대주주 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분 10% 이상 보유 시에도 대주주에 해당, 심사 대상이다. 
 
이에 국내 IT기업들은 금융이 규제산업인 만큼 전략적 투자 이외의 다른 방안은 고려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비금융주력자의 특성상 공정거래법과 조세범처벌법 위반을 피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례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5900억원 규모로 예정했던 유상증자가 무산된 바 있다. 
 
실제 보험업에 진출했었을 때 혁신 가능성이 큰 IT 기업들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캐롯손보의 주요 주주인 SKT는 캐롯손보 설립 추진 당시 한화손보와 50대 50 투자를 검토했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등 금융 규제를 이유로 최소 지분만 참여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이 중국 IT기업으로 최종 성사될 것인지는 끝까지 지켜봐야하겠지만 국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보험사의 대주주가 IT기업이 된다는 것은 상상해보지 못했다"며 "IT기업들이 대주주가 된다면 기술력을 바탕으로 혁신 속도가 빨라지겠지만, 국내는 금융과 산업이 분리된 금산분리원칙이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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