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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구독경제 바람)②구독자 놓치면 적자 늪에…"맞춤형 고도화 서비스가 핵심"
"소비자 효용감·수익모델 균형 필요"…"고객별 세분화된 요구 반영해야"
2020-01-19 13:50:17 2020-01-20 10:45:48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서비스가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연계 구매를 창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업 초기 단계인 국내 업체들이 장기적으로 고객을 유지하려면 맞춤형 서비스를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세계 빵 구독 서비스 소개 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19일 유통업계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서비스가 미래 잠재 고객을 선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유통시장은 판매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업체들은 타사로 이탈하는 고객을 막기 위해 정기구독 서비스를 꺼낸 유인이 크다. 연간 혹은 매월 단위로 고객의 반복구매를 유도해 경쟁 업체로부터 고객을 빼앗길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업체들은 자사 온라인몰을 활성화해 정기구독 서비스를 전개하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대형마트, 이커머스 등 유통 채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데다 사전에 판매될 물량을 예측해 재고 비용도 감축이 가능하다.
 
편의점, 백화점 등은 연계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게 구독서비스의 장점이다. 예컨대 한 달 동안 30잔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월정액 구독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은 커피 외에 다른 상품도 살 가능성이 크다. 전호겸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회사법센터 연구원은 "유통업체들의 구독경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사 플랫폼의 추가 구매를 고려한 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배상면주가가 시행하는 막걸리 구독경제 서비스 홍보 이미지. 사진/배상면주가
 
다만 구독경제 서비스가 이처럼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구독경제 서비스는 초기 사업투자 비용이 증가하다가, 일정 구독자의 반복구매가 자리 잡은 후 흑자로 돌아서는 구조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 회원 유치에 드는 마케팅 등 비용 대비 수익이 적으면 지속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16년 9월 SK플래닛은 국내에서 명품 등 의류 정기구독 서비스 ‘프로젝트 앤'을 선보였지만 1년 반 만에 사업을 철수했다. 사업 시작 6개월 만에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서 관심을 모았음에도, 인기 의류 예약이 어려워 신규 구독자 유입이 안 돼 수익을 창출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2017년 월정액 영화관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무비패스'는 수익 대비 고객 이용 횟수가 높아 비용 증가로 사업을 접었으며, 미국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면도기 정기구독 업체 '달러셰이빙클럽'은 일본에서 마케팅 실패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기구독 서비스 업체들이 성공하려면 소비자에게 효용감을 인지시키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호겸 연구원은 "구독경제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초기 구독자를 얼마나 모으는지에 달렸다"라며 "기본적으로 한 번에 일정 기간 사용료를 지급하는 것이기에,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신뢰와 경제적 가치를 구독자에게 인지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단순 정기 배송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제언한다. 소비자들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물건을 구매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아껴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된 상품을 제시해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정한 구독경제는 AI(인공지능)로 멤버십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매 시기, 구매 성향을 감안해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구독경제의 미래"라고 말했다.
 
그림렌탈 업체 '오픈갤러리' 홍보 이미지. 사진/오픈갤러리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구독경제 서비스 적용 품목을 확장해 니치(Niche)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교수는 "셔츠 등 기존 정기구독 적용 품목은 문턱이 낮아 차별화하기 어렵다"라며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무좀약 등과 같이 그 동안 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았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기회"라고 전망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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