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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여의도는 할리우드가 아니다
2020-01-21 08:00:00 2020-01-21 08:26:45
2020년 벽두부터 대한민국의 총 관심사는 국회의원 선거다. 4·15 총선이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각 정당들은 내일 선거판이 벌어지기라도 하듯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어떻게든 선거를 이기겠다고 인재영입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은 1호에서 10호까지, 한국당은 1호에서 5호까지 인재를 영입했다는 소식이다. 
 
인재영입. 여기서 인재란 무엇이고 왜 선거철마다 한국의 정당들은 인재를 영입해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의아하고 한심하다. 모두 알다시피 요즘 한창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정당은 기존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다. 이 정당들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이제 창당해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신당도 아닐진데 왜 당 밖에서 사람을 영입해 와야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인재영입의 ‘인재’란 무엇이란 말인가. 유명한 사람? 똑똑한 사람? 잘 난 사람? 왜 정치를 인재가 해야 하는가. 여기서도 한국 정치의 크나큰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자 그럼 다른 나라도 인재를 영입해 선거를 치르는가.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2017년 5월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정당 없이 대통령이 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전진하는 공화국(La République En Marche)을 창당하고 시민사회에서 후보들을 영입했다. 그 후보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몇 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 살로몽(Guy Salomon): 살로몽은 56세로 알자스 태생이다. 그는 30년간 미용실을 경영해 왔고 6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살로몽은 지속 가능한 전국 미용실 협회와 경제위원회 멤버이고 2007년 대선에서 중도파인 프랑수아 바이루를 지지하기 위해 모뎀(MoDem) 당원으로 활약했다. 2017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하고자 지원서를 냈고 발탁됐다. 두 번째는 크리스틴-넬리 하인츠(Christine-Nelly Heintz): 중학교 교장 선생인 하인츠는 정년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항상 정치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고 14살 때 처음으로 시몬 베유 장관의 낙태법 제정을 둘러싼 집회에 참가했다. 그러나 정당들의 운용 방법이 그녀와 맞지 않아 어떤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지만, 2016년 말 정치운동 단체인 앙 마르슈(En Marche)에 매력을 느껴 멤버가 되었고 차츰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녀는 “나는 심사숙고했다. 왜냐하면 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치에 입문해 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봤다. 마크롱이 제안한 프로그램이 설득력이 있어 정치를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필리프 뒤푸르(Philippe Dufour): 뒤푸르는 스스로를 ‘정치 풋내기’라고 한다. 그러나 53세인 그는 18년간 450명의 주민이 사는 르 부르-됭(Le Bourg-Dun) 마을의 수장을 지냈다. 뒤푸르는 군복무를 마치고 ‘알바’를 하다 고향으로 내려가 25년간 농사일과 축산업에 전념했다. 그는 르 부르-됭의 수장을 하는 동안 어떤 정치인도 후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크롱의 정치개혁 의지에 매력을 느끼고 처음으로 후원하게 됐다. 그리고 후보가 돼 마크롱호를 좀 더 적극적으로 견인코자 정치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네 번째는 조슬렝 슈지(Josselin Chouzy): 39세의 슈지는 소방대원이다. 그는 15년 전부터 중도 정당 UDI의 후보가 되고자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이번에 결국 꿈을 이뤘다. 그는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 파리에서 5년간 소방관 생활을 했다. 마지막으로 오드 아마두(Aude Amadou): 그녀는 핸드볼 챔피언으로 유명하다. 37세인 아마두는 17년간의 스포츠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스포츠 컨설팅 일을 했다. 그녀는 항상 정치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어느 정당에도 가입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2016년 말 마크롱을 위해 정치 참여를 시작했고 하원의원 후보로 입후보했다.
 
이처럼 프랑스 2017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전진하는 공화국 정당은 부득이 신당이기 때문에 후보들을 시민사회에서 영입해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사람들은 직업, 나이, 경력 등이 다종다양하다. 우리처럼 유명하거나 스펙이 좋은 사람, 아니면 고발자들을 영입한 케이스가 절대 아니다. 
 
패스트트랙으로 난투극을 벌이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과시키려 한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국회를 사회의 축소판으로 만들고자 비례대표제를 늘리려 했던 것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양당의 인재영입은 청년층, 그리고 도시에만 집중돼 있는가. 진정한 일꾼을 발탁해 정치를 선진화시키겠다는 생각보다 화제성 인물만 영입해 표를 모으겠다는 심사니 우리 국회의 수준은 매번 도로 아미타불이다. 여의도 국회는 할리우드가 아니다. 화제성 인물을 찾아 영입하려고만 들지 말고 정치에 큰 흥미를 느끼고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들을 발굴해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진정 촛불혁명 후의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면 인재 영입제도부터 바꿔라. 국회의원은 인재가 아니라 일꾼이 돼야 하는 법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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