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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학부모들도 '중국 포비아'
특정국적 학생 접촉 우려에…개별학습 신청·개학연기 민원 이어져
2020-02-09 16:00:00 2020-02-10 18:22:17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중국 등 특정국가를 혐오하는 '중국 포비아(phobia·공포)' 현상이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발원국인 중국에서 온 학생이 중국 현지의 친척과 어떤 경로로든 접촉해, 국내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으로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육 일선 현장에서도 학부모의 공포심이 크다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갑작스럽게 휴업을 결정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9일 중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서울 구로구의 A중학교의 한 교사는 "중국에 대한 혐오까지는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이 걱정은 많이 한다"면서 "어떤 어머니는 '불안하다'는 이유로 개학 이후에 가족끼리 있는 개별 체험학습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같은 자치구에 있는 B 초등학교 교사도 "다문화 가정도 있고 방학에 중국에 있는 친척을 만날 일이 있다보니 다른 부모님들이 염려는 한다"며 "중국에 다녀온 학생은 몇명 없지만 염려가 되면 가족 체험학습을 쓸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위험이 현재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불안하다는 심경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기 고양에서 31개월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C씨는 "어린이집이 휴업한 마당에, 중국인이 있다면 좋은 시선으로 보기는 조금 어렵겠다"며 "무섭고 꺼려져 애를 피하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 지역 맘카페에서도 "같은 반에 중국인 친구 있어서 중국 갔다 왔는지 중국에서 온 친척과 접촉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연휴 다다음날부터) 등원시켰다"는 글이 올라왔다.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상당한 편인 안산 지역의 맘카페에서는 "의외로 아직 확진자는 없지만 불법체류자가 증상이 있거나 아파도 보건소에 신고할까"라는 불신이 눈에 띄었다.
 
신종 코로나 공포는 중국인 등 특정 외국인뿐 아니라 외국을 다녀온 국내인을 대상으로도 번져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체 자가격리를 소홀히 하는 가정에 대한 집단행동에 나서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전북의 한 맘카페에서는 베트남을 다녀온 원생이 1주일만 집에 있다가 2주일째에 유치원으로 등원하려고 하자, 다른 가정의 학부모들이 단합해 1주 더 등원을 막는 일이 소개됐다. 주변과 사회적으로 눈치가 보이다보니 맘카페에서는 해외여행을 취소했다는 경험담이 줄을 잇고 있다. 취소 수수료는 수십만원에서부터 최고 600만원까지 다양하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우려에 개학 연기를 요구하는 시민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시민청원 게시판에는 "개학시기 늦추는 방안을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이날 현재 5191명의 동의를 얻었다.
 
확진자들이 서울에 집중된 만큼, 강남·송파·영등포·양천구 등 확진자 동선 인근에 위치한 초등학교들도 휴교를 결정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들의 불만과 걱정이 쌓이면서 수업을 잠시 멈추는 서울 내 학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임시 휴교령이 내려진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7일 송파구청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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