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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석 환경과학원장 "야생동물매개 신변종 감염병 관리 시급"
<뉴스토마토>인터뷰 "ASF 바이러스 지속 발생할 듯" 전망
"코로나 19 등 인수공통감염병 야생동물 기인…바이러스 변이 지속 감시해야"
"천리안위성2B호, 대기질 향상에 획기적 전환점 될 것"
"과학원, 연구직 특수성 고려해 블라인드 채용방식 개선해야"
2020-02-17 06:00:00 2020-02-17 06: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확산 등 야생동물매개 신변종 감염병 관리의 시급성이 제기되고 있다. ASF 감염 야생 멧돼지 확진 건수도 200건 돌파했고, 국내 서식 야생 박쥐에서도 해마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두 개 이상의 고병원성 병원체를 실험·연구할 수 있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신설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 개원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2018년에 취임한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환경호르몬 극미량 독성물질 분석, 오염물질 처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져 있다. 신변종 감염병 포비아가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가환경연구기관 총책임자인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을 뉴스토마토가 만나봤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 지난 12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국립환경과학원 집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겨울철 들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야생 멧돼지 폐사체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슈로 ASF가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14일 기준으로 ASF 감염 야생멧돼지 확진 건수는 200건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 강원 화천군 접경 지역에서 폐사체 검출이 증가하고 있고,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지역 민간인 출입통제선 주변 접경 지역에서도 폐사체가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멧돼지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당분간 ASF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에 있지만,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는 지역이 민통선 안쪽이고, 접경 지역이다 보니 북한을 통해 내려오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다만 농가에 근무하는 중국, 동남아 등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말 전문가들과 함께 그동안의 상황을 종합해 논의를 할 계획이다.  
 
민통선 밖에서도 감염 폐사체가 발견되는 등 야생 멧돼지의 '동남진' 확산 가능성 지적이 있다. 
민통선을 넘어간 사례도 있지만, 현재 민통선 주변 접경지역 등 한정된 곳에서만 발견된다는 점은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남진 우려도 제기 되지만 오래 전에 죽어 있던 개체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ASF 감염된 멧돼지가 동남진 했다고 보긴 어렵다. 보통 멧돼지가 ASF에 감염되면 하루 만에 죽는다. ASF 종식을 위해 중요한 것은 바이러스 오염원인 야생 멧돼지 폐사체를 신속히 제거하고 감염지역을 차단해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에 환경부와 지자체는 오염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지역의 울타리 설치와 폐사체 예찰활동 강화, 접경지역과 위험지역 내에서 집중적인 멧돼지 포획을 이어가고 있다. 과학원은 ASF의 신속한 진단체계를 구축하고 오염원을 규명해 차단할 수 있도록 현장조사 등을 강화 중에 있다. 
 
최근 야생동물 매개 질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닌 것 같다. 
바이러스의 안전지대는 없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하기 때문이다. ASF, 코로나19, 고병원성 야생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야생동물 질병 대부분이 인수 공통감염병이거나 가축과 야생동물에 함께 감염되는 질병이다. 코로나19는 박쥐로부터 기인했다고 밝혀졌는데, 과학원은 지난 2016년부터 국내 박쥐에서도 인체에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 지속 감시, 병원체 특성을 연구해왔다. 그간의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도 20여 종 이상의 박쥐가 서식하고 있고, 당장 인체감염성은 없어도 해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국제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적으로도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신종감염병 출현도가 높은 ‘핫스팟’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매년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하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 둘러싸인 영향이 클 것이다. 향후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모기, 진드기와 같은 곤충 매개 질병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는 물론 해외 유입에 의한 신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을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다.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 지난해 12월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야생멧돼지 이동차단 울타리를 현장점검하고 있다. 사진/국립환경과학원
 
야생동물 매개 신변종감염병 관리를 위해 과학원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야생동물질병 조사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과학원은 사람·동물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한 '원 헬스(One Health)'를 목표로 야생동물 매개 신변종감염병 감시와, 포유류 질병, 야생조류질병 감시를 통한 질병예방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현재 과학원 내 고병원성 병원체를 다룰 수 있는 생물안전 실험 시설이 협소해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고병원성 병원체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는 멧돼지 ASF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코로나19와 같은 다른 질병에 대한 감시가 어렵다. 이에 환경부는 광주광역시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을 만들었다. 두 개 이상의 고병원성 병원체를 실험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다. 행정안전부와 직제 협의가 완료되면 과학원 내 담당팀이 야생동물 질병관리원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초 정지궤도 환경위성(천리안위성2B호)이 19일 발사된다. 
천리안위성2B호는 예비 타당성 조사가 통과된 지난 2010년부터 과학원이 10년의 세월에 걸쳐 이룩한 결과물로, 오랜 준비 끝에 발사가 이루어지는 만큼 과학원장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번에 발사될 환경위성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미세먼지를 관측하기 위한 위성으로, 미국과 유럽보다 2~3년 먼저 발사되는 세계 최초 환경위성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과학원은 그동안 위성감시 추진계획, 탑재체 기반기술 및 활용 연구, 지상국 구축, 환경위성센터 설립 등 환경위성의 운영과 연구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발사 후 고도 3만6000km의 정지궤도에 안착하기까지 약 한 달, 정상적인 위성 자료를 생산하기 까지는 수개월에서 1년여의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내년부터는 환경위성 관측자료가 미세먼지, 대기질 관측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대기질 향상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과학원 원장으로서 지난 1년간 지내며 느낀점이 있다면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연구기관이자 동시에 정부 정책 지원기관이다. 다만 두 가지 중책을 맡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최종적으로 연구를 잘해야 하지만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오래된 것 같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우선 본부 입장에서는 단기적 결과물을 원하지만 이 경우 질 높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다. 연구원 채용 방식도 문제다. 형평성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우수한 연구자를 뽑기 어렵다. 같은 공무원이라 해도 일반 행정직과 달리 연구직의 경우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이나 연구소는 채용 시 성격보다는 실력 좋은 사람을 뽑는다. 전문 분야의 가장 실력이 우수한 사람을 뽑아야 연구 성과도 좋고 미래지향적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환경연구 기관 총책임자로서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과학원을 연구와 지원 두 가지 다 잘하는 연구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아무도 안 보는 논문 10편보다 전세계가 다 보는 한 편을 쓰자는 것이다. 숫자 채우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연구 말고 연구 다운 연구를 하자는 취지다. 질 높은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구체적 세부 방안을 표준화해 시행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석권해 전 세계인에게 알려졌듯이, 한국의 야생 멧돼지 ASF 대응 관련 논문이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실리면 전세계가 알아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각자가 동기부여를 가지고 연구에 매진할 때 질 높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학계에 몸담으며 이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임기 중에 최대한 전수하고 가는 게 목표다. 
 
인천=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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