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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코로나 치료제 후보…"철저한 물질 검증 선행돼야"
초기 단계 성과 부각…산업 신뢰도 낮추는 '한탕주의' 지적도
2020-03-18 15:20:14 2020-03-18 15:20:14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른 코로나19 사태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잇따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개발 선언과 자체 검증 결과 발표 등 극초기 단계 성과로 해당 기업들의 가치가 단기 급등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어, 철저한 물질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15개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서정진 회장이 직접 나서 발표한 셀트리온과 GC녹십자, 일양약품 등 대형사부터 코미팜, 지노믹트리, 젬벡스 등 바이오벤처 등 다양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협회 소속사가 아닌 곳까지 포함하면 20여개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연일 전반적인 기업가치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타격과 각국 완화책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 컸다. 전 산업계에 공통된 현상이지만 업계 상반기 주요 상승동력으로 작용할 만한 주요 학회들까지 취소되며 유독 뼈아픈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된 이슈로 부상했던 곳들이다. 지난주 일양약품과 부광약품, 코미팜을 비롯해 이번주 테라젠이텍스, 엔지켐생명과학, 안트로젠 등 모두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 또는 개발 합작 소식에 기업가치가 급등했다. 
 
문제는 각 사 상승을 이끈 치료제 후보 물질이 지나치게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대부분 시험관내 실험(in vitro) 단계로 실제 임상이 가능할지 확인하는 초기단계다. 이후 동물임상과 본 임상들을 거쳐야 하는 만큼, 개발 완료까지 최소 3년 이상은 걸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현재 국내사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진행 중인 국내외 임상은 전무한 상태다. 
 
때문에 업계 입장에선 초기 단계 성과를 연일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초기 성과 부풀리기로 주가 부양에만 신경쓰는 움직임으로 비쳐질수 있기 때문이다. 빈번하게 산업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는 분야인 만큼 중장기적 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도 지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험관내 실험과 같은 극초기 단계 성과를 발표하는 경우는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라며 "어느 산업군보다 현재 사태를 엄중하게 바라봐야할 업계 내에서 일부 기업의 의도적인 과장 홍보가 부각된다면, 해당 기업뿐 만 아니라 산업 전체가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 아닌 '한탕주의'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개발에 나선 업체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초기 성과나마 발표하려는 의도였지만 급격히 쏠린 투심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선 지적대로 개발 완료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한 만큼 최근 주목도가 양날의 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후보물질 초기 성과를 발표한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치료제 발굴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로 발표한 내용이 투기성 성격으로 묶이며 내부적으로도 당황하고 있다"라며 "없는 내용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제약·바이오 기업가치가 기대감에 좌우되는 감이 적지 않은 만큼 실망감으로 인한 역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최대한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중간 과정을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성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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