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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한 달 차…직장인 70% "기술 아닌 기업문화가 장벽"
직장인 69.8%, '재택근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 필요
'기업용 협업 솔루션 등 기술적인 확충 필요'(35.1%)의 약 2배
"재택근무 활성화? 자유로운 기업문화와 직원 신뢰 정착이 전제돼야"
2020-03-31 16:36:43 2020-03-31 17:04:1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는 직장인 A씨(20대 후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트레스가 늘었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어드는 등 에너지를 뺏길 시간이 적어져 서류작업이나 보고서 작성 등을 집중력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다만 무슨 일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카카오톡을 보내는 상사가 복병이었다. 집에서 일하는 게 못미더운지 심지어 퇴근 시간 이후에도 일 하라고 채근해온다. A씨는 "낮이고 밤이고 네버엔딩인 카톡 지옥에 빠졌다"며 한탄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다고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성숙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스타트업에 다니는 직장인 B씨(30대 중반)는 평소에도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최근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임직원 회의에서 재택근무 시 보고를 좀 더 상세히 해야하지 않나하는 안건이 나왔지만, 결국은 그렇게 하지 말자고 결론 났다. B씨는 "재택근무로 페이퍼워크를 늘리는 것은 자율성을 강조하는 우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안건이 나온 이후 알아서 메일로 업무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맡은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믿는 사내 문화 덕분에 자율성을 부여하면서 업무 효율도 높여나가는 방식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한국 사회에 재택근무가 안착하기 위해선 우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중 많은 이들이 평상시에도 재택근무를 하기 원하지만, 성숙한 기업 문화가 부족해 이를 시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대별로는 2030세대에서 재택근무를 원하는 비중이 높았고, 재택근무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 기업 문화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토마토는 모바일 설문 플랫폼 오픈서베이와 지난 27일 코로나19 위험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후 시작된 재택근무 한 달 차를 맞아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만족도 설문 조사. 자료/뉴스토마토·오픈서베이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에는 기술적인 면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와 인식 개선이라고 생각했다.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69.8%는 재택근무가 한국 사회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기업용 협업 솔루션 등 기술적인 확충'(35.1%)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약 2배였다. 자유로운 기업 문화 외에 '업무 분장 및 마감, 협업 모니터링 등 업무 프로세스 개편'(57.1%), '근무·근태 관리 시스템 도입 및 실적 평가 시스템 개편'(44.8%) 등의 응답이 뒤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직장인은 "재택근무 시 업무 효율이 저하된다는 윗사람들의 불신이 재택근무 도입을 저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문화적인 시각의 차이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율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문화와 신뢰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일을 하면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출퇴근 과정이 생략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줄어 정말 만족하나, 집에서 일을 안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지 퇴근 후에도 업무 요청이 빈번하게 오고 있어 이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며 "집에서도 업무 시간에 일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격 근무를 위한 화상회의 솔루션을 서비스하는 '알서포트' 관계자는 "3월1일부터 21일까지 서비스 사용량을 분석해 보면 하루에 개설된 전체 회의 중 15% 내외 가량은 18시 퇴근 시간 이후에 발생했다"며 "학원에서 저녁 시간에 사용하거나 해외 거주자와 소통하는 데 사용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퇴근 시간대 이후의 사용량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것은 조금 슬프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많은 2030 세대가 재택근무를 위해서는 기업 문화의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대의 76.4%, 30대의 76.4%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40대는 '근무·근태 관리 시스템 도입 및 실적 평가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50.8%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도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할 때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분위기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모든 직원이 적어도 이런 비상시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업문화가 정착했으면 좋겠다", "필요하면 눈치 보지 않고 시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재택근무 업무에는 지장이 없는데 굳이 옛날식 문화 강요하는 것은 너무 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과반의 직장인은 재택근무 경험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처음 한 직장인의 50.5%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이 중 18.6%는 재택근무 경험에 매우 만족했다. 특히 20대(57.3%)와 30대(56.8%)가 재택근무에 매우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반면 재택근무에 가장 적게 만족하는 연령대는 40대(15.9%)였다. 
 
기존에 재택근무를 경험했던 직장인들도 코로나19 사태로 확대된 재택근무에 대체로 만족했다. 재택근무 유경험자 중 확대된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직장인은 63.9%로, 불만족한 직장인(17%)의 약 4배였다. 
 
직장인들의 61.6%는 평소에도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택근무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7.2%)보다 8배 이상 많았다. 많은 2030세대가 평소에도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싶어 했는데, 20대의 67.3%, 30대의 76.4%가 평소에도 재택근무를 원했다. 
 
그러나 국내 유연근무제 도입 비율은 저조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사업주가 가장 많이 도입한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제였는데 도입 비율은 17.2%로 낮았다. 이 밖에 시간선택제(13.4%), 재택근무(4.5%), 원격근무제(3.5%)도 도입률이 저조했다. 반면 미국은 지난 2014년 기준 시차출퇴근제와 시간선택제 도입률이 81%, 36%씩이었다. 유럽은 약 66%가 시차출퇴근제와 시간선택제를 이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27일 오후 진행된 이번 설문은 20~50대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총 1000명이 답했으며, 표본오차는 ±3.10%p (95% 신뢰수준)다. 좀 더 자세한 설문조사 결과는 오픈서베이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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