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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뼈 깎는' 생존 노력…생명줄 쥔 정부는 '미지근'
복지 축소·급여 반납 이어 자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책 시행
고용대란 우려에도 정부는 명분·경쟁력 부족 이유로 소극적
2020-06-03 05:45:18 2020-06-03 05:45:18
[뉴스토마토 전보규·최홍 기자] 쌍용자동차가 생존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사가 일체 돼 작년부터 각종 수당 반납 등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들어갔고 공장을 제외한 모든 자산도 매각을 추진 중이다. 평택시 등도 쌍용차와 노사민정 특별협의체를 구성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쌍용차가 무너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업대란과 지역경제 악화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쌍용차의 생명줄을 쥔 정부는 아직까지 미지근한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9월 노조가 고용·경영안정을 위한 비상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하면서 장기근속자 포상 중단 등 22개 복지 항목을 중단 또는 축소하는 내용의 자구 노력을 시작했다. 석 달 뒤인 12월에는 상여금을 비롯해 각종 수당을 반납하는 경영 쇄신안을 내놨다. 연간 1000만원 상당의 급여를 포기하는 것이지만 임직원 94%가 동의했다.
 
지난달 8일 오전 평택시청에서 열린 노사민정 특별협의체 간담회에서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사진 맨 왼쪽),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왼쪽 두 번째) 등이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쌍용차
올해 4월에는 경영정상화와 고용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2020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코로나19로 경영난이 심화하고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대규모 자금지원이 어려워지면서는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최근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서울 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4월에는 부산물류센터를 263억원에 팔았다.
 
평택시와 시의회, 유의동·홍기원 의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도 쌍용차와 노사민정 협의체를 구성해 힘을 보태는 중이다. 쌍용차의 생사가 지역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만큼 지역사회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다.
 
쌍용차는 현재 50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협력사를 포함하면 4만~5만명의 근로자가 연관돼 있다. 쌍용차의 위기가 지역경제 악화, 최악의 경우에는 수만명의 일자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가족을 포함하면 20만명 안팎이 생계가 위협을 받는다.
 
쌍용차 노사와 지역 관계자들의 노력은 정부와 금융권의 도움 없이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쌍용차가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만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신차 개발에 투자하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초 쌍용차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3년간 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하면서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쌍용차가 올해 안에 산업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 갚아야 돈만 2500억원 정도다. 만약 상환 유예가 되지 않으면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400억원 이상이 부족하다. 이 돈을 차입금 상환에 다 써버리면 쌍용차는 신차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 투입이 없어도 경영정상화가 더뎌져 생존 가능성이 떨어진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대한민국 모든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을 마련했다고 할 정도로 정부의 여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명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금융권도 만기를 연장하는 것 이상의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쌍용차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가장 큰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상태가 될지 의문이 있다"며 "쌍용차를 지원하는 것은 고용유지를 위한 임시방편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열위가 부실 누적의 원인인데 이를 쉽게 해소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수년간의 실적 부진을 고려하면 경쟁력이 낮다고 봐야 하지만 신차의 성공과 해외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반전 가능성도 있어 단정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쌍용차는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면서 지난달 판매가 전월보다 26%가량 늘었고 하반기에는 G4 렉스턴 부분변경 모델과 티볼리 에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 초에는 국내 첫 준중형 SUV 전기차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주요 시장인 유럽에 가솔린 1.2 터보엔진을 장착한 티볼리를 선보였고 앞서서는 페루에서 코란도 론칭 행사를 여는 등 수출확대를 위해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쌍용차는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지가 주관하는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포르쉐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제치고 3년 연속 톱 5에 선정되는 등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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