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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최숙현 선수 사건, '살인·횡령·사건은폐' 의혹 일파만파
동료 피해선수들 기자회견 폭로…"상습적 폭력·폭언 당연시"
팀닥터 "자살까지 몰로 가겠다"·담당경찰 "참고인 진술" 배제
2020-07-06 12:05:41 2020-07-06 12:05: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점심에 콜라 한잔을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며 또 먹고 토하게 시켰습니다."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습니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
 
고 최숙현 선수가 죽음으로써 알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의 비인간적 선수 학대는 처음 드러난 사실보다 훨씬 참혹했다.
 
최 선수와 같은 팀에서 운동하며 감독 등에게 상습적인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선수 2명은 6일 오전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선수만의 왕국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 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경주시청 선수시절 동안 한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주장했다.
 
피해선수 A씨는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 한잔을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제게)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며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고 했다. 이어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술마시는 자리에 불려가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선수 부모에게까지 협박"
 
감독과 팀닥터는 소속 선수들 부모들에게도 폭언을 서슴치 않았다. A씨는 "부모님과의 회식자리에서 감독님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말하며 어머니에게는 뒤집어 엎는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말했다.
 
정체가 불분명한 팀닥터는 스스로 대학교수를 사칭하면서 최 선수를 공공연히 괴롭히고, 팀닥터라는 지위를 이용해 선수들을 성추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피해선수 B씨는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까지 말했다"고 했다.
 
주장선수의 비인간적 폭언·폭행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피해선수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선수를 지목했다. B씨는 "팀의 최고참인 주장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고 최숙현 선수 사건 관련 추가 피해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팀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최숙현 선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파서 훈련빠졌는데 각목 폭행"
 
또 "감기몸살에 걸려 몸이 좋지를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든 부상을 입어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다"면서 "피로골절로 인해 반깁스를 해 운동을 못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주장선수가 꼴보기 싫다며 내눈앞에 나타지 마라고 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하루 종일 웨이트장이나 창고에서 숨어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심지어 술에 취해 잠이 든 상태에서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폰에 지문인식을 시켜 휴대폰 잠금을 풀고 카톡을 읽었으며,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과 연락했다는 이유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새벽에 억지로 연락을 하도록 시키는 등 폭언과 무시를 하며 지속적으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지원금 외 80만~100만원 입금 요구"
 
감독과 주장선수의 훈련비 횡령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감독한테서 인센티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국제대회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항상 80만원에서 100만원 가량 주장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최 선수는 스포츠인권센터 신고서에서 감독과 팀닥터가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항공료와 체류비 명목으로 몇백만원씩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 선수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고발을 접수한 경주경찰서의 사건 은폐 의혹도 나왔다. B씨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은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고 증언했다. 또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30만원에 그칠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그가 소속팀 지도부와 선배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최 선수의 유골함. 사진/뉴시스
 
경찰 "고소 안 할 거면 말하지 말라"
 
B씨는 "혹여나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A씨와 B씨는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면서 "아직까지 다른 피해자가 많은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체육계 선수분들의 구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사회적 관심을 요구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특별조사단이 진상을 철저하게 밝힐 때까지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 2일 최윤희 2차관을 단장으로 한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특별조사단은 대한체육회를 특별감사하는 체육회감사팀 7명과 선수 인권침해를 조사하는 체육단체조사팀 12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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