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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부진·후판 협상 난항…조선업, '우울한 여름휴가'
대우조선, 27일부터 3주간 장기 휴가…현대중·삼성중은 8월 초 시작
수주 목표 달성률 저조…후판 가격 협상 '힘겨루기'
2020-07-28 06:01:00 2020-07-28 06:01: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이번주부터 순차적으로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코로나19로 상반기 수주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철강사와의 후판가 협상도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우울한 여름휴가'를 맞을 전망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사가 일제히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부터 다음달 11일까지 긴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8월1일부터 9일까지, 현대중공업은 3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휴가를 앞두고 있다.
 
조선업계의 여름 휴가가 이번주부터 시작된다.  사진/현대중공업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았지만 휴가를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발주시장이 침체되면서 수주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은 작년 대비 58.3% 감소한 575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이는 1996년 이후 가장 적은 물량이다. 사상 최악의 수주절벽을 겪은 2016년보다도 25% 적은 수준이다. 
 
이중 국내 조선업계는 68.6% 줄어든 116만CGT를 수주하는데 그쳤다. 탱커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갔으나 주력 선종인 컨테이너선, LNG선 수주가 급격히 줄면서 수주점유율도 작년 33.4%에서 20.5%로 떨어졌다.
 
지난 2년간 쏟아졌던 LNG선 물량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상반기에 조선 빅3와 카타르가 체결한 23조원 LNG선 슬롯(건조공간) 예약도 건조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올해 들어 LNG선 수주는 한척도 없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수주가뭄에 한숨만 '푹푹'
 
이렇다 보니 국내 조선 빅3의 수주 실적이 저조하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는 상반기에 작년 동기 대비 37.6% 감소한 26억97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올해 수주목표 194억9700만달러 중 13.8%를 채우는데 그쳤다. 
 
조선 부문만 놓고 보면 목표치 156억9400만달러 중 20억600만달러를 수주하며 12.8%만 달성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41.7% 감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수주부진에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사는 작년 5월 임금협상을 시작해 현재까지 64차례에 달하는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병행하고 있지만 접점을 못 찾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법인분할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노조원 복직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등의 현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원론만 되풀이 하고 있다. 노사 모두 여름휴가 전, 타결하기 위해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사실상 휴가전 타결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수주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셔틀탱커 3척(3억달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2억달러) 등 총 5척(5억달러)을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 84억달러 중 6%를 달성에 그친 상태댜. 
  
대우조선해양은 14억4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려 목표 72억1000만달러 중 20%를 달성했다. 
 
사진/뉴시스
 
철강사와 후판값 '줄다리기' 
 
이처럼 수주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후판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원가의 10~20%를 차지한다. 통상 후판가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조선사는 신조 수주가 부진한 만큼 후판가 인하를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철강사의 제품가 인상 명분도 충분하다.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2018년 톤당 60달러대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엔 100달러를 돌파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6월과 7월 평균 철광석 가격은 각각 103.5달러, 106.2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셋째주엔 110.5달러까지 치솟으며 여전히 1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결국 포스코는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 1085억원을 냈다. 포스코가 영업손실을 낸 것은 지난 1968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방 산업 부진과 원재료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포스코는 제품가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21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조선업계가 신조 수주가 매우 부진하다며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있지만 원료 가격 상승으로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수입제품를 포스코 물량으로 전환할 경우 가격을 차별적으로 적용해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조선업계의 수주부진이 심각했지만 하반기에 LNG선이 발주된다면 고비는 넘길 것"이라며 "두 업계 모두 원가 상승이 버거운 상황인 만큼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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