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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
2020-09-23 13:06:52 2020-09-23 15:37:25
최용민 산업2부 기자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연결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 제2항에는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직무수행의 적정성을 확보하여 공익을 우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단군 이래 최악의 이해충돌’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 이전 건설사를 운영했던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건설사는 박 의원이 국회 국토위 소속 당시 피감기관으로부터 3000억원 가량의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주식을 백지신탁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건설사는 박 의원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특히 비상장사 주식을 백지신탁해도 매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이 같은 이해충돌 논란이 야당 의원에게만 적용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은 외교통일위 소속으로 남북경협주를 대량으로 보유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지난해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남 목포시 지역개발 비밀자료를 취득해 친척이나 보좌관 등과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여기에 군복무 당시 휴가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수사에도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기에 이해충돌의 경중이 구분될 수는 있겠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여야를 떠나 누구나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일이 연일 반복되는 이유는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관련해 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 방지 의무’만 명시해 놓고 있어 이해충돌에 대한 평가가 여론재판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해충돌과 관련해 구체적 기준이 없고,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공직자의 도덕성에만 의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난 8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법’ 통과가 절실하다는 의견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19대 국회 때인 2013년 논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8월 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반발해 공직자의 이해충돌 조항은 빠진 상태로 부정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만 통과됐다.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6건이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여야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상대방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로 비판만 일삼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법안 처리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계기로 여야 모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서로 상대방의 문제를 크게 부각하려 애쓰지만, 국민이 보기에 도토리 키재기다.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비판보다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친다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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