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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차화정'이 없다…증시, 10년간 후퇴
2010년 이후 시총 상위주 영업익 증가율 삼성전자 빼면 연평균 2%대 불과
시장 불안시 실적 약한 기업 투자 어려워…"삼성전자 '나홀로' 증시 지지 한계"
2019-09-23 01:00:00 2019-09-23 01: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대표되는 대외 악재가 짓누르는 모양새지만 기업의 실적도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할 때는 실적이 탄탄해야 지수가 버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악재가 불거질 때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대형주 중에서도 2010년경 증시를 이끌었던 '차·화·정'처럼 실적 성장을 바탕에 둔 주도주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증시를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최근 몇달 간 20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지수는 9년 전인 2010년 말~2011년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초 2600에 육박했던 코스피는 10월 2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연중 최저점은 1996.05(10월29일 종가)로 연중 최고점보다 23% 이상 낮다. 올해 초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2250 가까이 갔던 코스피는 지난달 초 19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올해 고점 대비 저점의 낙폭은 15%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계속해서 증시를 괴롭혔다. 여기에 기업의 실적 부진이 더해지면서 지수의 널뛰기를 부추겼다.
 
A 증권사 임원은 "지난해와 올해 나타난 지수 급락의 주요 원인은 예측하기 어려운 미·중 무역협상 등으로 봐야하지만 변동폭 확대 배경에는 국내 기업의 실적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며 "대외 악재가 해소되면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을 줄 만큼의 실적을 내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보니 투자자들도 돈을 넣어두고 기다리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총 상위종목 중 실적이 증명된 기업이 줄었다는 게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B 증권사 관계자는 "2010년에는 차·화·정 등 실제로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시총 상위에 포진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증시를 끌어가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차·화·정을 대체할 종목이 나타나지 않아 삼성전자 혼자서 방어하다보니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가는 실적에 수렴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를 제외한 이익이 크게 성장하지 않아 코스피가 2010~2011년 수준으로 돌아간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시총 상위 30개 종목의 영업이익은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에 진입하기 전 고점을 찍었던 2011년 5월 초 7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27조6000억원으로 75%가량 증가했다. 연평균으로는 7.3% 늘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수치가 크게 낮아진다. 영업이익은 2010년 55조5000억원에서 68조7000억원 24%가량 증가하는 데 그친다. 연평균 증가율은 2.7%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연평균 경제성장률 3%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 수준에서 50% 가까이로 크게 늘었다.
 
차·화·정으로 불리던 현대차와 기아차,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S-Oil 등의 이익이 줄거나 시총 순위가 밀리는 대신 셀트리온처럼 성장 기대감은 있지만 실적은 약한 종목이 치고 올라온 영향이다.
 
현대차는 2010년 6조원에 가까웠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조4000억원 정도로 줄었고 S-Oil은 8600억원에서 64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시총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던 기아차와 SK이노베이션은 실적 악화와 함께 순위가 떨어졌다.
 
그 자리는 NAVER와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차지했다. 이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실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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