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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금융혁신, 시각을 바꿔야 한다
2019-10-18 08:00:00 2019-10-18 08:00:00
이종용 금융팀장
제3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흥행 실패'로 막을 내렸다. 유력한 후보였던 키움뱅크 컨소시엄이 신청 자체를 포기하면서 이번 인터넷은행 인가전은 사실상 토스뱅크의 독무대가 됐다. 소상공인들이 중심이 된 소소 스마트뱅크, 파밀리아 스마트뱅크 등 2곳이 더 있지만, 자본 확보 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곳이다.
 
인터넷은행 신규인가 추진을 최우선과제로 꼽은 금융위원회도 머쓱해졌다. 인터넷은행 설립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에 직접 방문해 금융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었다.
 
그러자 여권 지지층인 시민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우여곡절 끝에 인터넷은행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후방지원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 한 곳만 겨우 추가하는데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문재인정부의 '금융혁신 아이콘'인 인터넷은행의 흥행실패는 금융혁신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가늠자가 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의 통과 취지는 정보통실기술(ICT) 기업을 주도로 은행을 만들어 혁신 금융서비스를 선보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토스뱅크 컨소시엄만 보더라도 시중은행과 증권사, 저축은행등 전통 금융사들이 대거 포진했다.
 
인터넷은행의 대어로 관심을 받았던 네이버는 일찌감치 인터넷은행 대신에 금융 부문을 별도로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네이버뿐 아니라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인터넷은행보다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은행에 관심을 보였던 SK텔레콤과 11번가, 세븐일레븐, 아프리카TV, 하나투어, 바디프랜드 등은 이번 인가전에서 모두 불참했다.
 
주로 금융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에서 비롯됐다. ICT기업이 모험을 무릅쓰고 뛰어들기엔 금융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을 보더라도 출범 이후 자본 여력이 크게 추락, 고전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업 조건도 까다롭기 그지 없다. 기업여신은 원천 금지이며, 중소기업 대출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중금리 신용대출과 같은 서민금융 상품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자본 적정성을 채우려면 대기업도 부담스럽다.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서 ICT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전통 금융사가 자리했다. 은행에 또 다른 은행을 내주는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해 가시눈으로만 볼 필요가 있는지 냉철히 곱씹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계기로 금융혁신에 대한 정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의 인가 사례를 봤을 때 은행이 1곳 이상 참여한 적은 없었지만,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하나은행이나 SC제일은행 등 한 업권 내 여러회사가 조인해서 함께 하고 있다.
 
금융산업 외부에서 혁신의 '메기' 역할을 할 도전자를 찾겠다는 당국의 명분은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 없이는 금융혁신은 어렵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인터넷은행의 컨소시엄에 금융업 노하우가 있는 시중은행이 필수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로 금융업자를 배제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않고 다른 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통로로만 봐서는 안된다. 금융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큰 그림 없이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바라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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