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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의 힘)②목표는 종합 반도체 1위…"설계인력 양성 필요"
굳건한 메모리반도체 세계1위…시스템반도체 여전히 '후발주자'
정부·업계 앞다퉈 전폭적인 투자…전문가, 설계 인력 중요성 강조
2020-07-10 06:05:00 2020-07-10 08:21:0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코로나19라는 돌발 변수에도 삼성전자가 버틸 수 있는 것은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의 저력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을 받으면서 더 큰 시장성을 자랑하는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라는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부족한 설계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는 일만이 종합 반도체 1위로 가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 메모리반도체의 선전이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전 세계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등이 증가하면서 서버와 IT 기기 수요도 급증했다. 이에 제품 생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찾는 손길이 덩달아 늘었다. 업계는 이번 2분기 삼성전자가 올린 반도체 수익이 5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4조원 정도였던 지난 1분기보다 약 1조4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계는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확실한 기술력과 꾸준한 투자를 거듭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44.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낸드플래시에서도 33.3%로 1위를 달렸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29.3%로 2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0.7%로 5위였다.
 
삼성전자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5월 경기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해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도래와 5세대(5G) 이동통신 보급에 따른 중장기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세계 1위에도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독보적인 제조·기술 경쟁력으로 메모리반도체 글로벌 리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문제는 시스템반도체다. 이전보다 점유율이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여전히 후발주자에 머무는 형편이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18.8%로 1위 대만 TSMC(51.5%)에 30% 넘게 뒤졌다.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는 퀄컴·AMD 등 미국 업체의 독무대로 여전히 국내 업체가 설자리가 없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세메스 충남 천안사업장을 찾아 사업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모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경기 판교에 '시스템반도체 설계지원센터'를 설치한 것도 국내 중소·중견 팹리스 업체 양성의 근본적인 토양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을 발표한 상황에서 가능성 있는 중소 팹리스 업체들을 끌어들여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소 팹리스 기업 육성을 위해 약 1000억원을 출자해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를 위해서는 제품 개발 활동에 필수적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그램을 공정당 년 3~4회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4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의미인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뒤 총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올해 2월 경기 화성의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 가동에 이어 경기 평택까지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하며 모바일, 인공지능(AI)까지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에 힘이 붙었지만, 설계 인력 확충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시스템반도체라는 게 결국 설계를 한 뒤 거기에 맞는 칩을 만드는 일"이라며 "국내 시스템반도체가 과거보다 성장했지만 앞으로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많이 모자란 설계 인력을 확보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종류가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나노공정 등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 선제적으로 시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도 "결국 산업이 크려면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처럼 국내 시스템반도체 발전을 위해서는 설계 인력이 가장 필요하다. 현재 팹리스 기업들의 설계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대학에서도 반도체 설계 관련 담당 교수들을 잘 안 뽑는 실정이다. 대학 평가기준이 논문에 맞춰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상무는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도 중요하지만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이를 대학평가에 반영해 대학부터 설계 인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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