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가장 위대한 세대
입력 : 2020-08-14 06:00:00 수정 : 2020-08-14 08:20:54
1900년대 태어나 ‘가장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로 불리는 대공황 경험자들은 1년의 여덟 번째 달인 ‘8월의 저주’를 기억한다. 1929년 10월 24일 증시 붕괴로 촉발된 미국 대공황의 발단은 사실상 8월부터였다. 그해 8월 단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재할인율 인상 등 통화긴축은 두 달 후 패닉과 혼란을 불러왔다. 
 
그 후로부터 수십 년간 미국 주식시장의 8월은 ‘최악의 수익률’로 샤머니즘에 빠진 듯한 불행을 맛보기 일쑤였다. 그 여파일까.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8월은 변동성의 선택보다 휴가를 택하는 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발 쇼크에 빠진 한국경제는 어느덧 7개월간의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며 8월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올해 8월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감염병 여파로 8월 경제울타리는 최악의 지표가 연신 쏟아지는 달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들려온 성장률 진단은 암울함 속에 뜻밖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37개국 중 1위’라는 선방 평가를 내놨다.
 
사실 이 때만해도 광복절을 앞둔 만큼, 망언의 역사를 써가고 있는 일본과의 성장률 격차에 비소(非笑)를 보내고 있었다. 전범 국가들이 나란히 -6%대를 차지하고 있는 성장률 그래프를 보고 있자니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1위’는 사실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에게 와 닿는 얘기가 아니다. 1위를 논하기에는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약화되고 21년 만에 최악의 실업사태를 겪고 있는 현실의 무게가 더 크다.
 
성장률은 나랏돈을 단기적으로 쏟아 붓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무관치 않다. 침체가 지속될 경우 확장적인 재정정책은 필수처방으로 통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예산의 증가속도가 빠른데다, 재정절벽의 현실화는 리스크다.
 
감염병 대응으로 정부의 씀씀이가 커지면서 올해 상반기 재정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11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반해 걷은 세금은 올 상반기 13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조3000억원이 덜 걷혔다.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상반기 110조5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외화벌이로 먹고 살아야하는 8월 초 수출 지표는 코로나발 충격에 또 다시 두 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지난달 해외건설 수주도 15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이달 발표한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즉,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비대면 사회로 진입하면서 활발해지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훑다보면, 첫 직장에 입사해 부모와 함께 울며 기뻐하던 모습을 뒤로 실업자가 된 사연은 가슴을 저민다.
 
지난달 실업자는 113만8000명. 11년 만에 5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보다 50만2000명 증가한 1655만1000명이다.
 
물론 혼돈과 아비규환에 놓인 선진국들과 달리 K방역, 재정·통화정책 등으로 난제를 극복해 나간 액션행보는 찬사를 받기 충분하다. 더욱이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피로감과 물난리 속에 ‘선방’이라는 표현은 자승자박격이다. 그렇다고 ‘고무적’ 표현까지 색안경을 쓰기보단 말 뜻 그대로 힘내고 격려하고 응원이 필요한 것은 자명하다.
 
‘8월의 저주’와 감염병 여파를 이겨낼 ‘가장 위대한 세대’로서 모두가 한 뜻을 펼칠 지혜가 필요할 때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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