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자본확충 없을 시 제2 MG손보 될수도
2025-06-03 06:00:00 2025-06-03 06:00:00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롯데손해보험(000400) 지급여력비율(K-ICS)이 크게 악화하며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면서 MG손해보험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롯데손보는 상장사인 만큼 보험계약자뿐 아니라 투자자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어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경영개선권고 초읽기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킥스는 지난 1분기 기준 예외모형 사용 시 119.93%로 전분기(154.59%) 대비 34.66%p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기간 대다수 보험사가 적용 중인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94.81%까지 떨어집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나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채무를 안정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킥스를 법적으로 100% 이상 의무화하고, 권고 기준은 150% 이상으로 설정해 왔습니다. 다만 보험사들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권고 기준을 130%로 낮출 예정인데요. 롯데손보의 킥스는 완화된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지난달 금리 인하 영향까지 더해져 추가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금융당국은 킥스 권고치를 130%로 완화하는 대신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더욱 안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기본자본 킥스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본자본 킥스는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을 제외한 순수 자기자본만을 기준으로 산정해 보험사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입니다. 해외 기준과 유사한 수준인 50%로 검토 중인 가운데,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는 -15.55%로 규제가 시작되는 동시에 제재를 받을만한 수치입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무·저해지 예상해지율 규제와 할인율 현실화 영향으로 킥스가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며 "견조한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제도 개선 등이 이어지면 이른 시일 내에 권고치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과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롯데손보는 지난달 금융당국 경영실태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적기시정조치 중 하나인 경영개선권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사는 경영개선권고를 받으면 자본금 증액, 사업비 감축, 부실 자산 처분 등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정례회의에서 금감원 평가를 기반으로 롯데손보 경영개선권고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손보가 유상증자 계획 등 납득할 만한 개선 방안을 제출하면 경영개선권고가 유예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롯데손보 적기시정조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며 "킥스가 떨어지면서 자본 확충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MG손보와 유사…소비자 불안 커져 
 
과거부터 이어져 오는 롯데손보 건전성 악화 양상이 MG손보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소비자 불안도 커지고 있습니다. MG손보는 부채비율 증가, 보험 손해율 상승, 건전성 지표 악화 등으로 결국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강제 매각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롯데손보 역시 원칙모형을 적용할 경우 건전성 악화, 적자 전환 등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위는 지난 2021년 건전성 악화와 위험률 관리 미흡 문제로 롯데손보와 MG손보를 경영개선권고 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당시 롯데손보는 자율적인 개선 노력을 전제로 권고가 유예된 반면, MG손보는 부실이 확대되며 결국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롯데손보는 사옥을 매각하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등 자구책을 내놨지만, 부실 문제가 빠르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다시금 건전성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보험사는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만 롯데손보는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사모펀드 증자는 사모펀드에 자금을 맡긴 기관 투자자들이 자금을 함께 모아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관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향후 수익성이 기대되는 기업에는 투자에 동의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면 쉽게 동의하지 않는 성향이 있습니다. 또한 매각이 진행 중인 롯데손보의 경우 증자가 이뤄지면 전체 투자금 규모가 커져 매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기도 하지만, 롯데손보는 지난 2월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다 목표치를 채우는 데 실패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후순위채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한데, 롯데손보가 발행한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신용평가사들이 롯데손보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잇따라 하향 조정하면서 향후 자본 확충에도 난항이 예상됩니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롯데손보 입장에서 후순위채 발행이 가장 쉬운 거고 그다음은 유상증자인데 주주가 사모펀드라 둘 다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후순위채는 이전에도 하려고 했다가 못했던 이력이 있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롯데손보가 유연하게 대처해서 MG손보처럼 자본이 잠식되는 수준까지 가면 안 된다"면서 "금융당국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협의하고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본확충이 시급한 시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매수자 입장에서는 추가 부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건전성이라도 관리해야 매수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은 롯데손해보험 사옥 모습.(사진=롯데손보)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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