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340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의 배후로 중국 국적의 전직 개발자가 지목되면서 그동안 쿠팡의 기술 개발이 상당 부분 중국 인력에 의존해왔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쿠팡은 "국적과 무관하게 인재를 채용한다"고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개발 인력을 꾸준히 흡수해왔다는 목소리가 잇따릅니다.
4일 쿠팡의 중국인 채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직장인 플랫폼 마이마이(중국판 링크트인)를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까지도 쿠팡 소속으로 인증된 이용자가 직접 작성한 채용 글이 꾸준히 게시돼 있었는데요. 또한 현지 헤드헌터나 IT 업계 종사자로 보이는 이들이 "쿠팡으로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올린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한 기업 수석부사장 인증 계정은 상하이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계 IT 기업 순위에서 쿠팡을 8위에 올렸습니다. 그는 쿠팡 상하이 오피스가 창타이 플라자에 있으며 알리바바 출신 개발자가 대거 재직하고 있고 연봉 수준도 중국 대형 IT 기업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는데요. 노키아 인증 계정 또한 "쿠팡 데이터 사이언스 팀은 분위기도 좋고 급여도 높다"며 놀라운 외국 기업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실제 마이마이에는 쿠팡 근무 장점으로 ▲유연 근무 ▲재택근무 옵션 ▲안정적 보너스 ▲넉넉한 연차 ▲상업 의료보험 ▲낮은 경쟁률 등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는데요. 특히 2023년에 채용 게시물이 가장 활발히 올라왔는데 이는 쿠팡이 중국 개발 인력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았던 시점으로 해석됩니다.
올해 4월 한 추천 게시물은 쿠팡이 베이징·상하이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중국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쿠팡 관계자로 보이는 계정은 한국어 실력 필요 여부 질문에 "영어만 가능하면 굳이 필요없다"고 답해 한국 본사 개발에도 중국 인력을 직접 투입해왔음을 시사했습니다.
쿠팡이츠 개발팀 채용 공고에서는 "서울 거주 시 영어·한국어 모두 필요"라고 적혀 있었지만 동시에 "상하이·베이징에서도 프런트엔드·백엔드 개발 가능"이라고 명시해 핵심 개발 업무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쿠팡이 중국 인력을 적극 활용한 배경에는 인건비 이슈보다 시스템 구조의 유사성이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데요. 아마존이 소프트웨어·트래픽·추천 알고리즘 중심의 플랫폼 성격이 강한 반면 쿠팡은 중국의 징동, 알리바바처럼 직매입·창고·배송을 모두 통합한 풀필먼트형 이커머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물류 자동화를 먼저 경험한 중국 개발자들이 쿠팡이 원하는 구조에 더 적합했고 그 결과 한국보다 중국 개발자 의존도가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IT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급격히 몸집을 불리며 인력을 폭발적으로 필요로 했고, 그 공백을 중국 개발자들이 채웠다"며 "의존이 장기적으로 보안 위험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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