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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바이오강(强)국과 바이오약(弱)국 사이
2021-04-05 06:00:00 2021-04-05 06:00:00
대한민국은 바이오강국인가, 아니면 바이오약국인가. 코로나19 백신 관련 방송토론회에 가면 진행자가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 온다. 하나는 케이방역이 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린 배경에 국산 코로나 진단도구, 즉 유전자증폭검사 또는 핵산검사 등으로 불리는 역전사-PCR검사 진단도구와 기기가 뛰어나다는 것을 전제로 바이오강국이 아닌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또 한편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해 이미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지만 한국은 감감무소식인 것을 두고 한국은 바이오약국인 아닌가하는 의문을 드러낸다.
 
사실 한국은 바이오강국도 바이오약국도 아니다. 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이번 코로나 백신 개발만 두고 보면 아직 우리 실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대국들을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 약국인 것이다. 바이러스 진단도구는 바이오실력을 따지는 핵심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다. 백신이나 치료제 정도가 되어야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코로나 진단도구의 수준은 선진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케이방역에 대한 신뢰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부터 세계 곳곳에 엄청난 양을 수출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중소 바이오벤처의 주가는 뛰었고 중소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대기업에 견줘 상대적으로 선방을 하고 있다.
 
바이오란 말은 생명 또는 생물을 뜻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생명공학이나 생물공학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겠다. 오래 전에는 생명공학이란 말 대신 유전공학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1980년대 때였다. 1970년 대 말 1980년대 초 삼성그룹의 제일제당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에 나는 당시 갓 출범한 한국유전공학연구조합 일을 담당했다. 지금도 이력서를 쓸 때 당시 이 회사 연구소에서 유전공학 연구원으로 활동했다고 적는다. 당시 유전공학벤처는 없었다. 동아제약, 녹십자 등 큰 제약회사(파이자 등 선진국 다국적 제약회사에 견주면 조무래기 수준이지만)와 삼성, 엘지 등 대기업 등이 미래산업으로 유전공학을 점찍고 뛰어들었다. 대기업들은 미국 등에서 현지 유전공학벤처에 투자하거나 합작회사를 만들기도 했다. 그 뒤 언론계에 발을 디뎌 1984년 한 일간지에서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할 때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국내 대기업이 투자한 바이오벤처를 방문해 취재한 적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1985년 유전공학육성법을 제정해 이를 측면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유전공학을 이용한 인슐린, 성장호르몬 등을 개발하고 유전자변형작물(GMO)을 개발하는 등 굵직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주가도 올릴 때 우리는 이렇다할만한 제품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 뒤 세월이 흘러 줄기세포가 등장하고 유전공학은 범위가 유전자뿐만 아니라 세포 수준 등 으로 크게 확장됐다. 유전공학 대신 생명공학이란 말이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바이오산업은 다시 한 번 폭발적 관심을 받게 된다. 만능약이 되어 불치병과 난치병, 그리고 온갖 암, 심지어는 노화까지도 막아줄 것 같은 줄기세포의 등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 그 인기가 극에 달했다. 그리고 케이팝에 방탄소년단이 있다면 당시 케이바이오에는 황우석이란 걸출한 스타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BTS와 달리 ‘가짜’였다. 한국이 세계 최강의 바이오강국이 될 것이란 믿음이 사기극으로 급반전되면서 케이바이오는 추락했다. 
 
지금도 많은 바이오벤처들과 제약회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열심히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톱을 찍을 수 있는 수준은 안 된다. 기초 체력이 허약하다. 일부이긴 하지만 대기업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들이 엉터리 신약을 기적의 신약처럼 홍보하고 대중을 속이다 동료 제약회사·바이오벤처들의 사기까지 꺾는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이 분야 과학기술자와 바이오업계가 우리 모두가 잊고 싶은 황우석 사건을 소환하도록 한다. 정말 부끄럽고 통탄할 노릇이다. 케이바이오의 위기다. 이는 정치지도자가 몇몇 제약회사나 바이오벤처를 방문해 격려하고 이를 통해 마치 우리가 바이오강국이거나 바이오강국 대열에 끼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백신 자체 개발 근처도 아직 얼씬거리지도 못하는 우리의 바이오 실력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왜 우리는 아직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톺아보아야 한다. 바이오산업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과학기술산업이다. 한국의 바이오 실력도 송가인처럼 ‘톱 찍어 불러 왔다’고 하고선 진짜 톱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은 바이오강국이 아니라 바이오약국이다. 이를 인정해야 미래가 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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