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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포털과 언론사, 그리고 뉴스 댓글
2021-05-06 06:00:00 2021-05-06 06:00:00
포털과 뉴스를 둘러싼 해묵은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름 아닌 인터넷 실명제 찬반론 얘기다. 이미 2012년에 위헌 결정이 나 한차례 사회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지만, 이후로도 틈틈이 '얼굴'을 살짝 바꾼 채 논쟁의 도마 위에 올라 찬반 양론을 가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만큼 댓글을 통한 가짜뉴스, 비방, 명예훼손 등이 시시때때로 기승 부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내년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지자 국내 대표적 포털인 네이버의 고민도 깊어지는 눈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실제로 선거 때마다 각 당 의원들은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잣대로 삼아 포털 뉴스 댓글을 문제 삼아 왔다. 포털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시달릴 대로 시달려온 만큼 나름대로 대책 강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국회의 움직임이 부담이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을 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물이나 댓글을 올리는 사용자의 아이디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어길 시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름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디를 공개한다는 점에서 이 법안은 '인터넷 준실명제'라고 불리고 있다.
 
이 가운데 공교롭게도 며칠 뒤인 5일, 네이버 뉴스 측은 '오는 13일부터 기사 댓글 목록에도 프로필 사진이 제공된다'는 내용을 공지사항에 게시했다. 현재는 기사 댓글에서 아이디 앞 4자리만 노출되고 있는데, 사용자와 관련된 정보를 이보다는 좀 더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네이버 측은 '댓글 사용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또 '사용자간 소통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두 가지 설명 모두 이치에 잘 맞지 않는 얘기다. 특히 '사용자간 소통이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은 그야말로 수식어에 불과하다. 자신의 정보가 더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사용자들이 더 활발한 소통에 나설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던 당시 댓글 수가 현저히 감소한 사례도 있다. 또한 '댓글 사용자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도록'이라는 부분도 물음표가 달린다. 사용자가 자신의 사진을 프로필로 올리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만약 타인의 사진을 쓰는 경우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마디로 네이버의 이번 대책은 최근 일고 있는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는 것, 그 이상으로도 이하로도 보기 힘들다 할 수 있다. 
 
이른바 '인터넷 준실명제'는 사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 등과 엮여 있어 쉽사리 결론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보다 이번 논란 속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그리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시시때때로 문제시 될 만큼 뉴스 댓글의 영향력, 더 정확히는 포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 그 자체 말이다.  
 
가짜뉴스나 악플 문제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대응방식은 우리와 다르다. 이 문제에 맞서기 위해 언론사들은 댓글을 아예 폐지하거나, 일부 기사에만 댓글을 허용하거나 하는 식의 결정을 내린다. 즉, 거짓정보의 생성과 확산 방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언론사들인 셈이다. 언론사 각각의 정책이 개별 언론사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오롯이 포털에 그 도구가 쥐어져 있다. 이제는 언론계를 둘러싼 구조적 고민을 하기조차 힘들 만큼 뉴스는 포털에 종속돼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니, 작금의 현실에서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이기나 할까. 아마도 '인터넷 실명제' 혹은 '인터넷 준실명제' 논란은 포털이 뉴스 댓글을 폐지하지 않는 한 영원히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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