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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부조리한 은행금리와 금융당국
2021-11-24 06:00:00 2021-11-24 06:00:00
지난 9월 국내 18개 은행이 취급한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가 4.34%로 지난해 말 3.82%보다 0.52%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3.9% 수준으로, 지난해 말 4% 선에서 도리어 낮아졌다. 신용협동조합의 신용대출 5.03% 금리도 1%포인트 가량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소폭 올랐다.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보다 높아진 것이다. 통상적인 경제상식으로는 제2금융권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데 그런 상식을 뒤엎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금리역전현상은 정부의 가계대출 옥죄기를 틈타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올린 탓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한국은행이 8월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좋은 빌미가 됐다.
 
아무리 그래도 조달금리가 낮은 은행의 금리가 새마을금고나 상호금융권보다 높다는 것은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고 여겨진다. 한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것만큼이나 사물의 이치를 어기는 역리다. 
 
반면 은행의 예·적금 이자는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다. 이른바 '예대마진'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번주에 올리면 대출금리는 더 오르고 예대마진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은행의 가계대출에 대한 압박을 가한 결과 가계대출 총액은 지난달 조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약간의 성과 이면에는 이처럼 심각한 부조리가 자행되고 있다. 그러자 은행의 금리인상과 폭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천하태평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제2금융권과 은행권의 대출 금리역전 현상에 대해서도 '금융시장 자율'만 강조하면서도 신중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측 입장을 변명하는 보도자료나 내놓는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으로 시장의 자율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장난 레코드판만 돌린 셈이다. 비난이 뒤늦게 금융당국과 은행 임원들이 회동하는 등 움직이는 몸짓을 보이고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성의 없어 보인다.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의 금리가 역전된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과 문제점을 살피고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것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주어진 책무다. 
 
사실 정부가 언제나 금융사의 자율을 존중해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자율을 부여하거나 빼앗는다. 이를테면 요즘 신용카드사 노동조합은 이달 말 예정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카드수수료 책정을 위한 '적격 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다. 
 
'적격비용'은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재산정된다. 금융당국이 카드거래에 수반되는 적격 비용에 의거해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한다. 가맹점 간 수수료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 제도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카드사 수수료에 대한 당국의 적격심사는 사실 노골적인 개입이다. 다만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렇다면 카드사의 수수료 산정에 대한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듯이, 은행 금리의 타당성도 점검하라는 요구가 무리는 아니다. 만약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이 정당하다면, 은행 금리에도 적격비용 심사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반대로 은행의 금리결정을 무조건 '자율'에 맡긴다면 카드수수료 개입의 정당성도 훼손될 수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금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금리 자체야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하지만, 우대금리나 가산금리까지 시장에서 정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다분히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거기에 어떤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지 일반 국민과 고객은 알지 못한다. 따라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이 국민을 대신해서 그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   
 
금융당국자들은 그저 모니터링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시장자율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맹목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무조건 중요하다면 모니터링은 왜 한다는 것일까?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도 은행정책과 은행감독 업무를 완전폐지하면 되지 않을까?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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