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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마이클 잭슨
2022-02-14 06:00:00 2022-02-14 06:00:00
마이클 잭슨의 전기영화가 제작된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다. 이 계획이 처음 보도된 건 2019년. 당시 각본 제작도 착수된 상황에서 공식 발표가 3년이나 늦은 이유는 마이클 잭슨 유가족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의 조율이 그만큼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레전더리 픽쳐스가 배급을 맡게 된 이 영화의 제작진은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할 만하다. 우선 총괄 프로듀서는 그레이엄 킹이 맡았다. 30년 경력의 프로듀서인 그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로 오스카를 수상한 바 있다. 음, 그래서 뭐? 자, 그럼 이 작품을 이야기하겠다. 마이클 잭슨 전기 영화의 프로듀서가 그레이엄 킹이라는 사실이 반가운 이유는, 그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제작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1년부터 잭슨 일가와 교류해왔으며 마이클 잭슨의 첫번째 월드 투어인 ‘빅토리’ 투어를 관람할 정도로 오랜 팬이기도 하다. 
 
법적, 자본적 절차가 대략 끝났다고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직 구체적인 플롯이 나온 건 아니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랬듯, 영화는 ‘팝의 황제’가 보여준 전설적 퍼포먼스 중에서도 상징적 장면들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뭐 어쨌다고? 도대체 누가!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단 말인가. 춤만 잘 춰서는 안된다. 노래만 잘해서도 안된다. 마이클 잭슨만큼 훌륭한 신체 비율의 소유자이기만 해서도 안된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한 몸이듯, 무대 위에서 그 셋 모두를 한꺼번에 가졌던 인물이 바로 마이클 잭슨이니 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난다긴다하는 뮤지션과 댄서들이 문워크와 린 댄스를 오마주했지만 말 그대로 오마주였을 뿐, 잭슨을 능가하는 이는 없었다. 창법이고 나발이고를 떠나, 한 소절만 들어도 ‘이건 잭슨이네’라는 생각을 들 게 하는 가수는 또 얼마나 된단 말인가. 또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우아한 자태가 드러나는 신체 비율을 가진 이가 세상에 그리 많은가? 무엇보다, 그 셋을 한꺼번에 겸비한 자는? 만약 있다면 200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마저 잭슨을 우상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브루노 마스, 크리스 브라운 같은 이들이 캐스팅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반드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만약 캐스팅 또한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잭슨의 비범함이 스크린에 담기게 되면, 꼭 보고 싶은 내용이 있다. 춤도, 노래도 아니다. 음악에 대한 식견, 산업을 읽는 직관이다. 그가 뮤지션과 아티스트를 넘어 위대한 비즈니스 맨이기도 했던 일화이기도 하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이 팝의 역사에 굵직하게 인장이 되어 찍힌 계기였던, <Thriller> 발매 이후의 일이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남아있는 <Thriller>는 1982년 11월 30일 발매됐다. 이후 1년이 지나자 마이클 잭슨은 팝의 왕을 넘어 세계 대중문화의 지배자가 됐다. 앨범은 말 그대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며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다시피 했고, 그가 착용한 선글라스와 흰 장갑, 어깨 장식은 하나의 기호로 자리 잡았다. 미국, 유럽,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어린 학생들마저 문워크를 따라 췄다. 흑인 음악가에 대한 모든 선입견이 박살 났다. 단언컨대 비틀스 이래 가장 강력한 신드롬이었다.
 
이 신드롬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1983년 11월 30일, 즉 앨범 발매 1년이 되던 날 다시 발매된 싱글 ‘스릴러’와 뮤직비디오였다. 앨범은 여전히 빌보드 상위권에 있었고 사실상 추가 홍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이클 잭슨은 이 노래에서 자신이 괴물로 변하는 뮤직비디오를 떠올렸다. 영화 ‘런던의 늑대 인간’의 감독 존 랜디스에게 직접 연락해서 협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음반사 사장은 잭슨의 제안을 거절했다. 발매 후 1년이나 됐으며 이미 대박을 터트린 앨범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하기 싫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타당한 결정이었지만, 잭슨의 감과 능력은 그 위에 있었다. 그는 직접 MTV, 쇼타임과 협상해서 방영권을 샀다. 자신의 새로운 뮤직비디오와 메이킹 필름을 60분간 틀기로 했고 광고주를 모았다.
 
모자라는 돈은 자비로 충당해서 80만달러(약 9억5000만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스릴러’의 비디오는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다. 이것은 뮤직비디오를 넘어 뮤지컬이자 단편 영화다. 제작 과정을 담은 VHS 테이프는 발매 첫 달에만 미국에서 50만 개 이상이 팔렸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뮤직비디오이자 아직도 가장 위대한 뮤직비디오 반열에 올라 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그게 마이클 잭슨이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일일공일팔 컨텐츠본부장(noisep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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