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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중소기업의 ESG, 차분히 대응하자
2022-10-18 06:00:00 2022-10-18 06:00:00
ESG,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Social·Governance)가 화두가 되고 있다. 그간 제기돼온 친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과 같은 사회적 요구가 한 패키지로 제시된 것이다. 글로벌기업은 투자, 금융조달, 거래처 유지 확대, 소비자 요구 등을 충족시키고자 착실한 준비와 이행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다수의 중소기업이다.
 
"생존도 어려운데 ESG라니 머리가 아픕니다.", "법 잘 지키는데 또 뭐를 해야 하죠?", "새로운 인증제도 하나 생기는 거죠.", "바람직한 내용이지만 강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SG에 대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반응들이다. 중소기업은 재무적 성과 내기도 어려운데 비재무적 성과까지 강조하니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하고 광범위한 요구조건에 비해 여건이 안 돼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서류만 만들어 형식을 갖춘 'ESG 워싱'으로 흐르고 비용과 시간만 소비할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진=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비재무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에 대한 요구가 있는데 이를 ESG경영에 반영해야 한다. 여기에는 △공급-수요의 관계에서 수요자가 ESG 요건을 거래업체 선정과 평가에 반영하는 경우 △소비자가 ESG의 지표를 갖춘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게 되는 경우 △ESG 인증제도가 시행되면 이를 획득해야 하는 경우 △정부가 조달이나 공공입찰에서 기업을 선정할 때 기준이 돼 상대적 차별이 이뤄지는 경우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ESG 우수기업에 우선권이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경우 △고용유지나 신규채용, 대외 이미지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비재무요소이긴 하지만, ESG가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종합 반영하게 돼 일관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소기업이 ESG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선진국과 국제기구에서 지속적으로 탄소중립이나 인권관련 의무의 이행요구가 있기 때문이며 청년 소비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제적 효용성에 더해 '가치소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부도 K-ESG 가이드라인을 마련, 정책으로 적정수준의 ESG이행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투자분야는 코스피 상장기업 ESG공시의무화, 자율공시의 확산 유도, 공공펀드의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산업계는 ESG 교육과 컨설팅,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ESG의 실천과 업무파트너와의 ESG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연구기관, 대학, 법조계, 컨설팅업계도 교육, 평가, 컨설팅에 대한 전문 인력양성과 평가도구를 마련·보급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회피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그럼에도 아직 여건은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58%가 ESG의 필요성에 공감하나 26%는 준비가 미흡하고 76%는 추진조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용부담(37%)과 전문 인력부족(23%)의  애로를 겪고 있으며 자금지원(53%)과 진단·컨설팅(38%)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나 기관은 조력자라고 생각하고 중소기업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나서서 ESG를 실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ESG경영을 실천하려면 첫째, ESG에 관한 정보와 가이드를 확보한다. 중소기업만을 위한 가이드는 중소벤처진흥공단의 'ESG경영 안내서', 대한상의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자료나 동영상을 활용하기 바란다. 둘째, ESG경영진단을 한다. 여러 기관에서 ESG자가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실행할 사항을 찾아낸다. 다행히도 ESG경영 항목의 대부분이 이미 중소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다. 환경·안전·보건 관련 법령이나 투명경영, 준법경영, 윤리경영 등도 알고 있거나 준수하고 있다. 갑질, 성범죄, 횡령이나 배임 등의 범죄예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도 마찬가지다.
 
셋째, ESG 실행의 완급을 조정한다. 업종이나 수출, 투자, 거래형태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요구정도, 시급성, 효과성, 소요자원·비용 등을 살펴서 득과 실을 따져본다. 넷째, ESG경영전략을 수립한다. 비전, 목표, 전략과 실행, 소통의 단계별로 구체적인 사항을 설계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미 ISO9000 등의 인증 경험이 있다면 이 또한 해볼 만하다. 다섯째, 세부실천을 위한 관련 규정과 과제를 명확히 하고 담당자 지정, 일정관리, 피드백 등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성과관리도 필수다.
 
ESG가 중소기업에 생소하고 복잡한 작업을 요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경쟁력 강화로 지속성장을 하려면 이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의준 중소기업정책개발원 규제혁신센터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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