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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제빵공장 사망 근로자' 빈소…유가족 '눈물·허망'
"얘기 나눌 경황 없어"…입관·발인 등 일정 미정
"유족들 반대 존중…경찰, 부검 진행 안 하기로"
2022-10-18 17:43:07 2022-10-18 17:45:32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가족분들 중에 생계를 위해서 일 하러 나갔는데, 회사 측에서 갑자기 연락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허망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5일 경기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한 20대 청년이 숨지는 사고로 마련된 A씨의 빈소에는 유가족들의 슬픔이 가득했다.
 
18일 오후 경기 평택의 한 장례식장 1층 빈소 안내판에는 여러 고인들 중 A씨의 입관과 발인, 장지 안내 칸만 쓸쓸히 공란으로 남아있었다. 남은 장례 일정과 관련해 A씨의 당숙 유모씨는 "입관과 발인, 장지 등 아직 일정을 정한 게 없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는 취재를 하기 위해 방문한 기자들도 여럿 보였다. A씨의 빈소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은 현재 기자들의 많은 관심과 방문 취재에 대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A씨의 빈소를 방문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가족분들께서 얘기를 나눌 경황이 없으신 것 같다"며 "24일 고용노동부 종합 감사 때 강동석 SPL 대표가 증인으로 서는데 책임 추궁을 진심으로 하기 위해서 가족분들에게 인사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다"고 했다. 
 
전 의원은 유족들과 10여분간 면담했지만 이렇다 할 말은 없었다고 했다. 유족들이 워낙 경황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SPC 대표가 국감장에 와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 보장을 약속해야 하는데 증인 채택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당초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A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유가족이 거부 의사를 밝혀 부검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평택 제빵공장 인근에서도 A씨를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윤홍식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련 SPL 노조 위원장은 전일 진행된 추모제에서 "오늘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아픈 사고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SPL과 고용노동부를 향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갑용 전국식품산업노련 위원장도 추모사를 통해 "두 번 다시 산재로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는데 조직적 역량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 SPL 사업장에 근무 중인 A(23) 씨는 높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드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다 상반신이 배합기 내부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현장에는 A씨 외 직원 1명이 더 있었지만, 이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SPL 그룹 정규직으로 입사한지 3년도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특히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과 함께 지내며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소녀 가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제빵공장 안전 책임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18일 오후 경기 평택의 한 장례식장에 SPC 계열 제빵 공장에서 숨진 A씨의 빈소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사진=이승재 기자)
 
평택=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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