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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마음의 책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22-11-09 06:00:00 2022-11-09 06:00:00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진상 규명에 성실하게 임하겠다.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큰 희생이 난 것에 대한 마음의 책임이다. -박 구청장"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중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몇십초 되지않아 책임을 돌리고 얼버무린 박 구청장의 답변이다. 이날 박 구청장의 책임 회피성 발언은 이 뿐만이 아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의 1차적인 총책임이 현장 대처에 미숙했던 경찰보다 애초에 준비를 잘못한 용산구청에 있다는 데 동의하냐'고 묻자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준비는 했지만 미흡했다" 등으로 답했다. 
 
이태원 참사 조문 이후 "구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고 말해 국민적 공분을 키워 뭇매를 맞았던 인터뷰 내용과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내용이다. 참사가 발생한 후, 진상규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용산구를 비롯한 국민 재난관리 책임기관이 미리 준비하지 않았고, 사고가 터져도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는 증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잘못에 대한 똑바로된 인정이 없다. 
 
오히려 본인이 "취임 4개월차 신임 구청장"이라고 말하면서 핼러윈 축제와 관련된 용산구청 대책회의에 불참한 것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변명했다. 또 참사 당일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에 배치돼 있었으나 구청장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10시51분에 주민을 통해서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보고체계가 엉망인 상황도 조직운영의 실패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무능력함과 답답함이 드러나니 같은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이만희 의원 등은 8일 라디오에 출연해 "사퇴 권고를 하고 당에서는 출당조치를 해야 한다", "취임한 지 4개월밖에 안 됐으니 '나 그거 잘 몰랐다' 그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각자 일침을 날렸다. 또 여당이 오는 25일 윤리위원회 회의를 열어 박 구청장이 당원으로서 적절성에 대해 논의한다고 말해 본격적인 징계 절차가 있음을 암시했다. 경찰도 박 구청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156명의 청년들이 축제의 장에서 황망히 생을 마감한 대규모 참사다. 희생자들의 부모·친구들은 참사 전 그들을 이태원에 가지말라고 말리지 못한 죄책감이라는 '마음의 책임'으로 고통받고 있다. 마음의 책임이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국민을 보호하고 참사를 예방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마음의 책임은 유족들이 질 것이다. 박 구청장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
 
이승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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