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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강대강' 대치에…군사대국 노골화하는 '일본'
반격능력 보유·방위비 확대…주된 위협 국가로 '중국' 지목
한반도 내 군사적 위협 가중 명분 삼아…윤석열정부도 '안일한 대응'
일, '군사대국화의 길' 본격화…"'아시아 지도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2022-12-19 06:00:00 2022-12-19 06:00:00
지난해 12월6일 일본 홋카이도 에니와 시의 미나미 에니와 훈련장에서 일본 육상 자위대 연례 전술 훈련이 열려 육상 자위대 병사들이 90식 전차를 향해 환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일본이 적의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5년 뒤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안보 문서를 개정했다. '남북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일본이 중국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 향상을 명분 삼아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은 지난 16일 외교·방위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 각의에서 결정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 외에 방위의 목표와 수단을 나타내는 '국가방위전략', 방위비 총액과 장비품 정비 규모를 정한 '방위력 정비계획' 등이 3대 안보 문서다.
 
일본은 해당 문서에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는 반격 능력에 대해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 능력 행사는 미국과 협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특히 반격 능력을 일본이 직접 공격받았을 때뿐 아니라 미국이 공격을 받은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일본이 적의 공격 대상과 시점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사실상 유사시 선제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방어를 위해 최소한의 공격만 허용해 온 '전수 방위' 원칙을 뛰어넘는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일본은 또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5조엔(약 48조원)을 투입해 장거리 미사일 전력의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산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 500기를 들여오고 자국산 '12식 지대함 유도탄' 개량, 거리 약 3000㎞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나선다. 이와 함께 육해공과 위성, 사이버 등을 포함하는 종합미사일방어(IAMD) 체계를 미국과 구축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 미사일 사정거리를 늘리고 지상은 물론 함정과 항공기, 잠수함에서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방위비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방위예산은 2023~2027년 5년 동안 합계 43조엔(약 410조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5년간 방위비보다 1.5배 많은 액수다. 일본은 오는 2027년에는 연 방위비를 GDP의 2% 수준인 11조엔(약 10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세계 3위 수준의 방위비 지출국이 된다. 지난 9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공개한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세계 국방비 지출국 3위는 인도로, 대략 연간 100조원 수준이었다.
 
안보 문서 개정에 따라 주변국에 대한 기술도 달라진다. 일본은 개정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북한, 러시아보다 먼저 다루면서 기존에 중국을 '국제사회의 우려'라고 표현한 것을 개정판에서는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상 군사적으로 일본의 주된 위협 국가로 중국으로 지목한 것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안보 문서 개정은)사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퇴임할 때 이야기를 해서 남겨놓은 내용이다. 반격 능력은 한국에서 말하자면 선제타격에 해당하는데 상당히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며 "(일본이 안보 문서 개정에 나선 것은)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조금씩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꿔나가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첫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프놈펜 한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이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남북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한미일 3국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일본이 방위력 증강의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북한의 잇단 도발을 계기로 북한 미사일에 자력으로 대응 할 수 있는 방위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여기에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심화되면서 북중러에 맞서기 위한 일본의 국방비도 점차 확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정부의 대북 강경책은 남북 대치 상황을 더욱 격화시키며 일본의 방위력을 점차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정부의 대응이 안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일본의 방위비 증대와 관련해 "열도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그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라며 일본의 군비증강을 사실상 용인했다.
 
외교부도 지난 15일 안은주 부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일본 '반격 능력'을 명기하는 방향으로 안보 문서 개정에 나서는 것에 대해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6일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동북아 군사 긴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겪은 한국으로서는 더욱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을 주된 군사적 위협 국가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대국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전문가'로 꼽히는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안보 문서 개정은)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는 물론이고 일본이 이제 아시아의 지도국, 중심국으로 도약하는 수준으로 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일본의) 주된 위협이 중국으로 돼 있다. 북한이 아니다. 일본은 '이제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는 군사강국'이라는 것"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무서우면 그 정도 수준에서만 하면 되는데 그 수준을 초월해버렸다"고 분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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