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래서 연말 연기대상 폐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이다. 공동 수상 잔치였다. 무려 4시간이 넘는 긴 편성 시간 동안 지루함만이 주인공이었다. 최근까지 전 소속사와 법적 분쟁을 펼치고 있는 이승기에게 멍석을 깔아주고 다른 배우들은 들러리로 세워버린 KBS의 ‘멍청함’만이 돋보인 2022년의 마지막이었다.
2022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2022 KBS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대상은 ‘태종 이방원’의 주상욱 그리고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였다.
사진=방송캡처
이날 언론의 관심은 단연코 이승기였다. 전 소속사 후크 엔터와의 음원 정산 문제로 대한민국 연예계 민낯을 고스란히 들춰낸 이승기는 삭발 헤어스타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그는 베스트커플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뒤 “심경의 변화로 삭발을 한 것은 아니다”면서 “영화 촬영 때문이다. 너무 짠하게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밝은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어 마지막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그는 작심한 듯 발언했다. 이승기는 “올 한 해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면서 “사실 오늘 와야 하나 양해를 구하고 불참해야 하나 수백 번 고민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오겠다 한 이유는 딱 하나다. 드라마는 팀이 만드는 거라서 개인적 문제로 땀과 노력, 영혼을 갈아 넣은 스태프, 배우들의 노력이 외면 당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내후년, 10~20년 후 이 자리에 앉아있을 후배들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싸워 얻어내야 하는 일은 물려주면 안 된다 오늘 또 다짐했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 큰 힘이 됐다.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 생활 열심히 하겠다. ‘법대로 사랑하라’ 팀 대신해서 받는 상이기에 오늘 한도 없이 회식 한 번 시원하게 쏘겠다”고 마무리했다.
사진=방송캡처
이승기와 함께 공동 대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주상욱은 KBS가 자랑하는 대하사극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5년 만에 부활한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주상욱은 “1998년 KBS 청소년 드라마 단역으로 데뷔했다”면서 “대하 사극 무게감과 중압감은 혼자 감당이 안 될 정도로 힘들었다. 항상 옆에서 가족처럼 응원하고 도와 준 선후배들 덕분이다. 무엇보다 대하 사극을 사랑하고 끝까지 봐준 시청자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주상욱은 함께 참여한 아내 차예련이 드라마 ‘황금가면’으로 우수상까지 수상해 기쁨을 더했다. 주상욱은 대상 수상 무대에서 “아내는 항상 내게 ‘우리 오빠가 최고’라고 응원해준다”면서 “같이 시상식에 와서 더 행복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마누라 차예련씨 사랑한다”고 소감을 마무리 했다.
이날 KBS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기대상의 대상 부문을 역시나 ‘공동 수상’으로 결정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에 맥을 빠지게 했다. 대상까지 총 9개 부문을 시상하면서 남녀 각 1명씩 수상자가 나오는 부문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공동 수상에서부터 많게는 3명 이상이 무더기로 무대에 올라 ‘나눠 먹기’ ‘나눠 주기’ 오명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 그리고 한 해 눈에 띄는 활약과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인 배우들의 잔치에서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가장 힘든 문제로 연예계 최고 이슈 메이커가 된 이승기였다.
‘2022 KBS 연기대상’은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단막극(드라마 스페셜) 등 장르 불문 한 해 동안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배우들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였다. 오후 9시 20분부터 시작해 무려 다음 날 새벽 1시 20분까지 이어졌다.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 가운데 가장 긴 편성 시간을 자랑했다. 그럼에도 남은 건 ‘역시나’란 오명과 무용론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길고 긴 시간이었다.
2022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대상=이승기(법대로 사랑하라), 주상욱(태종 이방원)
▲최우수상=강하늘·하지원(커튼콜), 도경수(진검승부), 박진희(태종 이방원)
▲우수상=이준·강한나(붉은 단심), 이혜리(꽃 피면 달 생각하고), 윤시윤·박지영(현재는 아름다워), 임주환·이하나(삼남매가 용감하게), 박하나(태풍의 신부), 차예련(황금가면), 백성현(내 눈에 콩깍지), 양병열(으라차차 내 인생)
▲베스트커플상=강하늘·하지원, 김승수·김소은(삼남매가 용감하게), 나인우·서현(징크스의 연인), 도경수·이세희(진검승부), 서인국·오연서(미남당), 윤시윤·배다빈(현재는 아름다워), 이승기·이세영(법대로 사랑하라), 이준·강한나
▲인기상=강하늘, 도경수·이세희, 정수정(크레이지 러브)
▲조연상=성동일(커튼콜·당신이 소원을 말하면), 허성태·박지연(붉은 단심), 예지원(태종 이방원)
▲드라마스페셜·TV시네마상=차학연(얼룩), 신은수(열아홉 해달들)
▲신인상=변우석·강미나(꽃 피면 달 생각하고), 서현(징크스의 연인), 정지소(커튼콜), 이유진(삼남매가 용감하게), 채종협(너에게 가는 속도 493㎞)
▲청소년 연기상=정민준(황금가면), 윤채나(사랑의 꽈배기·내 눈에 콩깍지)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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