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작년 초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 그리고 상영관 내 취식 금지가 동반 해제되면서 2년 동안 이어져 온 국내 영화 시장 침체기가 풀리는 듯했다. 실제로 ‘범죄도시2’가 영화관 해제 조치와 함께 개봉 후 무려 12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이를 반증했다. 하지만 이후 분위기는 급 반전됐다. 2년 동안 이어진 ‘코로나19 펜데믹’은 너무 길었다. 관객들의 취사 선택 구조가 완벽하게 뒤바뀌어 버렸다. 그걸 읽어내지 못한 시장은 연패를 거듭했다. ‘코로나19’ 침체기 수준의 상황으로 곧바로 컴백했다. ‘코로나19’ 시기 급속도로 성장한 OTT업계 분위기를 읽어내지 못한 것도 패인 중 하나다. 그래서 2023년은 정말 중요하다. 상황 자체를 반전 시킬 준비가 끝났다는 게 아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뭐가 잘못됐고, 뭐를 잘못 알고 있었으며 뭐를 앞으로 해야할지를 충분히 확인했다. 올 한해 이 시장을 이끌어 갈 메이저 투자 배급사가 선보일 킬러 콘텐츠 라인업. 반면교사의 온전한 반증이 될 것을 시장 전체가 기대를 하는 이유다.
◇전통의 강자, 자존심 찾는다…CJ ENM
CJ ENM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던 시장의 리딩히터였다. 하지만 2022년 만큼은 그 위력을 제대로 뽐내지 못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기생충’의 영광을 재현하는가 깊었다. 그러나 ‘헤어질 결심’의 신드롬도 잠시였다. ‘외계+인’ 1부의 역대급 실패에 모든 것이 주춤했다. 한때 업계에선 ‘외계+인’ 1부 실패가 2023년 영화 시장의 투자까지 묶어둘 것이란 불안한 예측까지 쏟아냈다. 워낙 거액이 투입된 작품의 기록적 실패로 인해 내년(2023년)도 투자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회복세도 더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단 2023년 계묘년이 밝았다. CJ ENM은 작년 한 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대작 라인업에 힘을 실을 분위기다. 일단 ‘신과 함께’ 시리즈의 연이은 1000만 돌파로 ‘쌍천만’ 흥행을 이룩한 김용화 감독의 SF대작 ‘더 문’이 기다린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에 이어 본격적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상업 영화로, 국내 극장 개봉 영화로선 최초의 우주 배경 국내 상업 영화가 될 전망이다. ‘더 문’은 우주에 홀로 남겨진 남자와 그를 구하려는 또 다른 남자의 얘기를 그린다. 설경구와 도경수가 각각 ‘구하려는 남자’와 ‘홀로 남은 남자’를 연기한다.
2015년 여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341만 관객을 끌어 모은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 속편으로 컴백한다. ‘베테랑2’는 전작에 이어 황정민과 그의 팀원이 거의 대부분 출연한다. 전작에선 배우 유아인이 전무후무한 빌런 캐릭터를 연기하며 파격적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바 있다. 속편에서 유아인의 바통을 이어 받게 되는 빌런은 놀랍게도 정해인이다. 평소 유약하고 선한 이미지로 정평이 나 있는 정해인은 이번 ‘베테랑2’에서 유아인을 능가하는 빌런으로 출연한다. 연출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류승완 감독이 맡아 그의 팬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2022년 CJ ENM ‘흑역사’인 ‘외계+인’이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바로 2부가 올해 개봉한다. 총 2부작으로 기획 제작된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과 그가 이끄는 케이퍼 필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만든’ 야심작이다. 전편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벌어지는 사극 판타지 그리고 외계인과 로봇의 등장 등 장르 파괴 성격이 강해 호불호가 나뉘었다. 최동훈 감독은 이미 ‘외계+인’ 제작발표회에서 “1부보다 2부가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 1부는 2부를 위한 전개일 뿐이다”고 소개한 바 있다. 1부의 실패를 어느 정도까지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작년 11월 촬영을 시작한 ‘하얼빈’도 대작 라인업의 기대작으로 손꼽아도 부족함이 없다.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현빈과 박정민이 출연한다. 배우 현빈이 안중근 의사, 박정민이 하얼빈 의거 중 한 사람인 ‘우덕순’으로 출연한다. 작년 말 개봉한 윤제균 감독의 ‘영웅’ 역시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담았다. 두 편 모두 CJ ENM 투자 배급으로 두 편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큰 흥미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영화 시장 최강자 노린다…롯데 엔터테인먼트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파라마운트 작품 국내 배급을 담당하는 롯데 엔터테인먼트 작년 국내 작품보단 파라마운트 작품으로 큰 재미를 봤다. 대표작이 ‘탑건: 매버릭’이었다. 국내 흥행은 물론 글로벌 신드롬으로 롯데 엔터의 국내 흥행 시장 주가를 크게 치솟았다. 여름 시장 개봉한 이른바 ‘빅4’ 가운데 한 편인 ‘한산: 용의 출현’도 726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여름 시장 최종 승리자로 이름을 남겼다.
올해 롯데 엔터는 더 강력하고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 2인자 꼬리표를 확실하게 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4일 개봉하는 ‘스위치’는 올해 국내 개봉 첫 번째 한국영화다. 작년 말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뒤 호평이 쏟아지면서 흥행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다. 권상우 오정세 그리고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이민정이 합세해 코미디 호흡이 강하다는 평을 이끌어 냈다. 코미디 장르의 흔한 클리셰인 ‘바디 체인지’가 소재이지만 웃음과 함께 눈물까지 더해져 올해 1월 극장가 최고의 흥행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1761만 관객을 끌어 모은 ‘명량’ 그리고 726만 관객을 동원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이른바 ‘이순신 장군 3부작 프로젝트’ 마지막을 장식할 ‘노량: 죽음의 바다’가 올해 롯데 엔터의 야심작으로 출사표를 던진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연기할 배우로 김윤석이 낙점돼 이미 촬영을 끝마쳤다. 세 편 모두 김한민 감독이 기획 제작했다. 이 작품은 추후 김 감독에 의해 드라마로도 기획이 논의가 되고 있어 원소스멀티유즈의 모델로 주목될 전망이다. 롯데 엔터는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와 ‘노량: 죽음의 바다’를 공동으로 배급한다.
하나의 작품 세계관을 공유한 독특한 영화 한 편도 롯데 엔터 투자 배급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 내용을 뼈대로 만들어 질 ‘콘크리트 유토피아’다. 기본적으로 ‘디스토피아’ 세계관이 배경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얘기를 그린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 특별한 조합이 눈길을 끈다. 연출은 배우 엄태구의 친형으로 알려진 엄태화 감독이 맡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후 ‘황야’(가제: 콘크리트 유토피아2) 그리고 드라마 ‘유쾌한 왕따’ ‘콘크리트 마켓’으로도 세계관을 넓힌다. 영화 ‘황야’는 무술 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마동석 이희준 등이 출연한다.
롯데 엔터의 2023년 라인업 가운데 파라마운트 작품도 단연코 화제작으로 주목될 존재감을 뽐낸다. 톰 크루즈 주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7번째 작품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 올해 선보일 예정이다. 로봇 군단의 끝나지 않은 스토리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새로운 얘기를 담은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도 다시 한 번 ‘로봇 신드롬’을 일으킬 준비를 한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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