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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금액 1조원 돌파…방지법 개정 요원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규모 '역대 최고'
보험업 종사자 가담 사례도 늘어
2023-03-24 06:00:00 2023-03-24 07:18:46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매년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험사기 수법과 피해규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입니다.
 
금융감독원이 23일 발표한 2022년 보험사기 적발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대비 1384억원(14.7%) 증가한 것입니다. 적발금액이 1조원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인원도 전년(9만7629명) 대비 5050명(5.2%) 늘어난 10만2679명이었습니다.
 
보험사기 규모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8년 7982억원이었던 규모는 1년만인 2019년 8809억원으로 앞자리가 바뀌더니 2021년 9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심각한 것은 보험사기 자체가 대형화하고 수법이 고도화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우선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이 점차 고액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적발금액은 1050만원이었는데, 2019년(900만원)보다 16%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보험업 관련 종사자 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인원 중 보험업 분야 회사원과 보험설계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는 4593명(4.5%)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에는 3587명(3.5%), 2021년 4480명(4.5%)이었습니다. 보험사 직원이나 보험과 관련된 직종의 전문가들이 개입해 보험사기가 지능화하면서 사기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사기는 손해보험에 집중됐습니다. 지난해 손해보험 적발금액은 전체 적발금액의 94.6%(1조 23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생명보험은 5.4%(581억원) 수준이었습니다. 허위(과다)입원·진단·장해 등 상해·질병 보험상품 관련 사기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전체 적발규모에서 손해보험 적발 규모가 크게 증가한 영향입니다.
 
보험사기에 관련 종사자가 가담할 경우 가중처벌하고 금융당국의 보험사기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법 개정안은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2016년 제정된 이후 아직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도 보험사기 적발금액 7185억원이었는데요. 보험사기 규모가 3633억원 늘어나는 동안 법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계류 법안을 처리하기로 하며 보험 관련 법안으로는 유일하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보훈 관련 법안 등 정무위원회 내 다른 현안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반복되는 계류에 점차 개정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년 정무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개정안 상정 소식이 들리지만, 반복되는 상황에 이제는 상임위 통과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자구책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보험소비자와의 불가피한 충돌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과 보험사기 적발 활동을 벌이는 한편,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보험분쟁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생명·손해보험사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3만3844건(중·반복접수 제외)이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6200건 가량 증가한 것입니다. 특히 보험사기 적발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손해보험사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만 2만7982건으로 전체의 82.7%에 달했습니다.
 
보험사기가 성장하는 사이 선의의 보험소비자들은 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로 인해 매년 민영보험에서 새는 금액이 6조20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급된 보험금이 늘어날수록 보험료는 오르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기범들이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은 고스란히 보험 가입자들의 손실로 전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늘어 손해율이 악화하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어 선의의 보험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보험사 역시 보험사기에 대해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피해가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보험사기 적발 규모. (그래픽 =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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