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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의 진화 어디까지…이젠 학생까지 미끼
'기억력 좋아지는 약'으로 둔갑
SNS서 은어로 유통돼 감시 한계
2023-04-10 17:31:29 2023-04-10 18:32:11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주로 전화 통화나 문자 등으로 번졌던 피싱 범죄 수법이 이제는 미성년자들을 향한 마약 피싱으로 기상천외 해지고 있습니다. 강남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마약 음료를 건넨 일당들이 자녀를 미끼로 학부모들에게 금전을 요구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개그 단골 소재로 다뤄졌던 피싱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경찰·관세청·식약처·교육부·서울시는 이날 대검찰청에서 '마약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범죄 공동 대응을 위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특수본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형사국장 공동 본부장을 중심으로 검찰 377명, 경찰 371명, 관세청 92명의 마약수사 전담인력 총 840명으로 구성됩니다.
 
강남 학원가에 퍼진 '마약 음료' 사건 관련 전화번호를 조작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를 받는 김모 씨가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살빼는 약·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학생 현혹
 
검찰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온라인(비대면)을 통한 의료용 마약 거래가 활성화 돼 있습니다. 주부·공무원·학생 등 모든 연령과 계층으로 파고 들면서 마약 범죄가 폭증하고 2차 강력 범죄까지 빈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싱 범죄자들이 불특정 청소년을 속여 마약 음료를 마시게 하고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려는 범죄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들이 청소년을 속이는 방법은 마약을 '기억력·집중력이 향상되는 약', '살빼는 약' 등 공갈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커지는 '국민 불안'입니다. 기존의 마약 범죄는 개인의 중독 문제일 뿐이었습니다. 주로 마약 중독 사범들끼리 거래를 하고 그로 인한 2차 강력 범죄가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성년자들도 손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덮치고 있습니다. 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가 마약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마약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마약수사청 등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국회 입법 문제인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성년자들도 활발하게 이용한 SNS를 통한 거래를 단속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SNS 단속이 어려운 이들은 마약 판매 게시글에서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필로폰)·허브·떨(대마)·캔디(엑스터시) 등의 용어는 SNS를 통한 감시를 어렵게 하는 점입니다. 수험생들을 상대로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이란 설명은 아예 마약임을 감추는 피싱 범죄입니다.
 
문제는 SNS에 판매글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기가 힘든 점입니다. 실제 마약 거래 정황이 포착돼야 처벌이 가능한데, 이 또한 트위터와 텔레그램 등 해외 SNS를 통한 거래는 대화 내용 삭제 등 증거인멸이 쉽기 때문에 추적도 어렵습니다. 검찰과 유관기관 등은 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 방침을 내세웠습니다.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마약 범죄 대응 유관기관 협의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마약 청정국 옛말…지난해 마약 사범 '역대 최악' 증가
 
마약 청정국으로 통했던 대한민국은 2015년 그 지위를 상실한 뒤 마약 사범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마약 사범은 1만8395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2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2.3%가 증가했고 마약류 압수량도 57.3%가 급증했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주로 해외에서 밀반입되는데, 미국 LA 영주권자가 필로폰을 국내로 반입하려다 검거된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필로폰을 이삿짐으로 위장했지만 적발된겁니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신준호 팀장)은 시가 약 8억원 상당의 필로폰 3.2kg(10만명 동시 투약분)을 밀수해 국내 유통을 시도했던 마약 판매상 A(49)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습니다.
 
A씨는 필로폰을 비닐팩 9개에 진공 포장해 소파 테이블 안에 숨기는 등 이삿짐으로 위장했습니다. 살상력을 가진 45구경 권총과 실탄 50발도 공구함 등에 분산·은닉해 마약과 함께 선박화물로 부산항에 도착하게 했습니다. 검찰은 첩보를 토대로 미국 DEA(마약단속국)와 공조해 세관·경찰과 입수수색 끝에 A씨의 신원과 미국 내 행적 등을 확보해 검거했습니다.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 밀수사범 국내 첫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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