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시론)우리 사회는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2023-06-08 06:00:00 2023-06-08 06:00:00
요즘 부쩍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유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국제 인적 교류가 차단된 지난 3년 동안 외국인이 들어오지 못해 곳곳에서 인력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은 농어업, 제조업 분야는 사람이 없어 일을 못 할 지경이라 합니다. 
 
노동력 부족이 지속되면서 돌봄 서비스와 가사 노동과 같이 문화적 이해와 언어 소통이 요구되어 재외동포에게만 허용되었던 분야도 대폭 개방하자는 정책도 제안되었습니다. 현재는 저임금 육체노동에 한정하여 외국인 인력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미국처럼 해외의 고급 두뇌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됩니다. 정부도 인구감소 추세와 초고령사회의 도래에 대비하여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민 정책을 개방적으로 전환하고 이민정책과 외국인 거주자를 전담하여 관리하는 ‘이민청’을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는 지난해 84만3천명으로 집계되며,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120만명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올해 비전문직 외국인 노동자 유입을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으로 늘리기로 하였습니다. 외국인 인력 활용 분야가 확대되고 이민 문호가 개방되면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 수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소멸까지 우려되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를 완화하는 대안으로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는 정책은 타당합니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인 일본도 쇄국적 이민 정책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2019년 이민청 격인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하고 이민 문호를 개방하여 외국 인력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사상 처음 300만명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가 외국인의 대대적 이민을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5천년 백의민족의 동질성을 자부하는 우리가 수백만명의 이민자를 같은 민족으로 품고 화합하여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는 현재 국제결혼을 통해 생성된 다문화 가족에 대해서도 한 민족으로 안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동포인 조선족이나 탈북자도 이방인 취급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들은 학교나 직장에서 소외당하며 우리 사회의 중심부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금수저가 아닌 우리 청년들도 계층 상승 사다리가 끊어져 헬조선을 외치는데 이방인 자녀가 어떤 기회를 가질 수 있을까요.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많이 다니지만 이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합니다. 외국인 학생은 단지 머릿수만 채워줄 뿐 이들의 언어 장벽을 고려하여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지 않으며 따로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서로 싫어하며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목에서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을 한팀에 배정하는 일이 없습니다. 서로 소통이 안 되고 협업이 어려워 프로젝트 진행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대학도 이런데 직장이나 지역에서 외국인 이민자와 우리 국민이 맞부딪치며 산다고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다양성과 이질성을 인내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향을 고려할 때 서로 사이좋게 융합하기보다는 반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대구시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려는데 주민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문화적 종교적 대립을 피하기 위해 외국인은 내국인과 분리되어 별개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 것입니다. 지금도 중국인 베트남인 네팔인 등이 사는 동네가 다 다릅니다. 이처럼 이민자들은 변방에 위치해 집단적으로 살며 소외계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편입되지 못하고 밑바닥에 남아 느끼는  박탈감과 좌절감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대우로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약점은 집단간 갈등을 원만히 해소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역간 직역간 계층간 노사간 젠더간 갈등이 충돌하지 않고 대화로 해소된 적이 없습니다. 일단 갈등이 발생하면 강경 대립으로 양보와 타협없이 극한투쟁으로 치닫습니다. 사회적 이슈에 정치권이 개입하면 사실관계보다 진영논리에 빠져 진흙탕 싸움을 벌입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화합을 원하지 않는 북한은 교묘하게 남남 갈등을 부추기며 분열을 조장합니다. 이런 판국에 이민자까지 집단화하여 끼어들면 사회적 갈등의 충격과 여파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민국가로 출발하여 다양성을 존중하며 용광로라고 하는 미국에서도 인종갈등은 오랜 골칫거리로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단일 민족이면서도 하나로 화합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인종갈등이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매우 치명적일 것입니다. 
 
이민 개방은 하루아침에 단행할 대책이 아닙니다. 이민을 통해 외국인을 받아들여 인력난과 인구감소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가 외국인을 동등한 국민으로 대우하고 종교적 문화적 이질성을 인내하고 관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과 융화하기 전에 우리끼리라도 화합하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할 것입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