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종결권 대폭 축소에도…입 닫은 당사자 ‘경찰’
법무부, 9월 11일까지 의견수렴
시민단체들은 “조만간 의견서 제출”
2023-08-29 17:33:14 2023-08-29 20:42:4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경찰이 보완수사를 전담하는 기존 원칙을 폐지하고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수사준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이 이에 대한 의견을 내지 않기로 잠정 결론 내렸습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경찰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어떠한 이의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검찰 수사개시 대상이 넓어진 데 이어, 수사종결 대상도 확대되면 검찰이 수사 전면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사실상 검경 수사권 조정 무력화에도…경찰 ‘입닫고 침묵’
 
이렇게 되면 검찰이 예전처럼 경찰을 지휘하면서 수사 주도권을 쥐게 됩니다. 검경 수사권 분리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법무부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에 대해 9월 11일까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칩니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인 만큼 국회를 거치지 않고 총리와 대통령 재가를 통해 11월부터 바로 시행될 수 있습니다.
 
경찰은 앞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당시 전국경찰서장 회의(총경회의)를 여는 등 집단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수사권을 되가져오는 ‘치욕적인 상황’에 놓였지만 입을 닫은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사진=뉴시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서는 수사력 저하 등을 우려하며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에서 불이익을 본 경찰들이 외부적으로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도 개정안에 대한 의견이 나와야 이후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는데, 의견 자체가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최근 경찰의 치안 중심 조직개편과 함께 수사준칙 개정안이 경찰의 수사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수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검찰과 경찰의 협업 범위를 넓혀 수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자는 겁니다.
 
“수사준칙 개정안, 경찰 조직개편과 별개”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는 “수사준칙 개정안은 경찰 조직개편 문제와 연결시키는 건 잘못”이라며 “경찰 수사업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건 맞지만, 검찰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만간 수사준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도 “검찰개혁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됐고 경찰의 수사권한이 강화됐으면 경찰 수사인력 확충 등을 포함한 개선책들이 나왔어야 했다”며 “그에 대한 논의는 없고 다시 검찰의 권한을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건 검찰주의적 시각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수사준칙 개정안에 대해 “송치 전에 수사단계에서 검찰의 협력에 경찰이 응해야 하는 사건들로 대공, 노동, 집단행동 사건 등이 명시됐는데 이른바 ‘반정부 시위’들에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그 외에도 각 항목별로 문제의 소지가 많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