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도의 밴드유랑)'21세기의 청춘 성배' 포스트 말론
포스트 말론, 첫 내한 단독 공연…3만 관객 몰려 성황
갓 쓰고 "맥주 짠!" 하고…"언제나 자기 자신이 되길"
2023-09-25 17:09:06 2023-09-25 17:09:06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불기둥 무대를 휘젓다가, 맥주잔을 높이 치켜들고, 삶에 건배하는 랩스타이자 록스타. 이것은 '21세기 젊은날의 초상이자 성배' 아닌가.
 
지난 23일 저녁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오스틴 리처드 포스트·28)의 첫 내한 단독 공연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말론은 기타에 관심을 가지며 음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4위까지 오른 데뷔 싱글 '화이트 아이버슨(White Iverson)'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후 칸예 웨스트, 저스틴 비버 등과 협업하며 음악 세계를 넓혀갔고 발표하는 곡마다 빌보드 대기록을 세워왔습니다. 2020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총 1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최고의 아티스트 부문을 포함해 9관왕에 올랐습니다. 같은 해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에선 1000만장 이상의 앨범 판매 아티스트에게 부여하는 '다이아몬드 인증'까지도 받았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오스틴 리처드 포스트·28)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록과 힙합, 현악, R&B, 메탈 변주를 넘나드는 장르 파괴, 음악도 음악이지만 얼굴과 몸통 전체에 새긴 그림 같은 타투로 더 유명한 음악가. 잠실 주경기장 리모델링으로 대형 공연장 대관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상황에서 이날 주최 측은 전시장을 이어붙여 3만 관객들을 말론의 '청춘 성배'에 입장시켰습니다. 입장하자마자 파도처럼 넘실대는 관객들의 물결들, 정규 5집 '오스틴(Austin)' 발매를 기념한 월드투어 일환.
 
이날 공연은 웅장한 현악 4중주와 드럼·기타·베이스·건반의 천둥 같은 록 사운드가 홀을 울리는 'Better Now'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들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빨간 맥주잔을 들고 설렁설렁 걸어나온 말론을 향해 빼곡한 관중들이 "포스티!(예명)"를 연신 외쳐댔습니다. 
 
무대 위 불기둥이 솟아오르고 허스키한 '전매특허' 음색으로 멜로디컬한 랩과 송을  두 번째 곡 '와우(Wow)'까지 이어가자, 초반부터 떼창이 터져나왔습니다. "처음으로 한국에 왔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초대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오스틴 리처드 포스트·28)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말론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가사로 쓰는 음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욕설과 비속어가 많긴 하지만, 대체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사랑과 이별, 성장,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이날 라이브 순서에 앞서는 곡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 폴 어파트(I Fall Apart)’에 앞서는 “(실연으로) 마음의 상처가 있었을 때 쓴 곡”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투 영(Too Young)’을 하기 전에는 “18~19살일 때 쓴 노래"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며, 마지막인 것처럼 사랑해야한다. 너무 일찍 죽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밀착된 공연장의 느낌을 영상과 조명 미학으로 잘 살린 무대였습니다. 달리처럼 초현실주의적으로 구부러지는 영상의 'Zack and Codeine'을 지나면, 무대 뒤편부터 'T'자형 돌출무대 앞까지가 불기둥으로 뒤덮이는 'Jonestown (Interlude)', 'Take What You Want', 'rockstar'를 지나는 식. 화를 퍼붓듯이 랩을 토해내다가도, 기타 한 대의 단출한 포크 발라드 무대 때는 서정적인 멜로디로 홀이 뒤덮였습니다.
 
객석에 있던 한 팬을 무대 위로 초청해 깜짝 이벤트를 펼친 순간이 이날 공연의 최대 백미였습니다. "공항에서 마주친 팬인데 오늘 함께 노래하기로 약속했다"며 팬의 기타 연주에 맞춰 말론은 곡 '스테이(Stay)'를 불렀습니다. 
 
지난 23일 저녁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오스틴 리처드 포스트·28)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최근 약혼녀 사이에서 아이를 낳아 '포서방'이라는 애칭도 생긴 그는 팬이 건네 준 우리나라 전통 '갓'을 머리 위에 쓰기도 했습니다. 핸드폰 불빛으로 화답하던 관중들이 3만 관중들이 이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공연 중간 중간에는 "맥주 좀 더 주세요!", "짠!", "사랑해요" 같은 한국어를 쏟아내며 관중들과 호흡했습니다. 마지막 곡 ‘콩그레츄레이션(Congratulation)’에 앞서는 "세상에는 사랑이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며 "언제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 누구도 당신의 꿈을 막게 놔두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낮은 곳부터 온전히 홀로 서는 비행을 하게 된다는 것, 타인이 아닌 나로서 세상을 견뎌내는 것, 말론의 가사들이 다소 격함에도 청춘들이 공감하는 것은 그 온전한 감정이 빛바램 없이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이 시대의 분투하는 청춘들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와도 같은 것이기에.
 
삶에 취하고 또 취할 수 있기에, 아직 우리는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지난 23일 저녁 경기 일산 킨텍스(KINTEX) 1전시장 4·5홀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오스틴 리처드 포스트·28)의 첫 내한 단독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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