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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땐 한국 자체 핵보유?
"각자 도생 시대 열려…안보가 곧 경제"
"단기 핵개발?…현실 맞지 않는 허황된 얘기"
2024-02-14 16:12:52 2024-02-14 19:02:2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핵무장론'이 부상하는 분위기입니다. 북한 핵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핵대핵'으로 안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핵개발로 인한 경제 제재를 견뎌낼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원자력계의 환경을 전혀 모르는 허황된 이야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트럼프 승리 시, 한국 내 핵보유 지지 확산"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전국 성인 1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북핵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51.4%가 '그런 편', 21.4%가 '매우 그런 편'이라고 답했습니다.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2.8%에 달하는 겁니다.
 
'한반도 유사 시에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0.8%가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때 우려되는 '확장억제' 약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을 거론하며 '무임승차론'으로 한국을 압박한 바 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동맹을 거래 상대로 보고 경시하는 태도가 재확인된 건데요.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럼프 집권 전반기 핵심 참모였던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CNN> 앵커 짐 슈터의 저서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트럼프)는 한국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 또는 일본에 억지력으로 군대를 두는 것에 완강히 반대"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장억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또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와 앤디 임 연구원은 지난달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북한의 도발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독자 핵무기 보유에 대한 한국 내 지지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예비 선거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이날 네바다주 공화당 코커스에서도 승리했다. (사진=뉴시스)
 
"안보 스스로 책임져야 할 때"
 
대한민국의 자체 핵 무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익과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립니다. 
 
학계의 대표적인 핵무장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트럼프의 나토 관련 발언을 볼 때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면 세계는 '각자도생의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한미 동맹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것이 아니라, 안보에 있어 비상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는 자체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어 "특히 북한이 위협을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북한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핵무장론에 대한 국익을 이야기할 때 안보와 경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안보가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핵무장도 결국에는 '힘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평화 공존 안보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경제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제재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가 올스톱 될 가능성이 높은데, 에너지 정책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다"며 "또 한미 동맹 자체도 파탄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모험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8일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핵무기병기화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여)야 영원히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도 한미원자력협정에 막혀 있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 대담에서 "국가 운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NPT를 철저하게 준수하는 것이 국익에도 더 부합한다"며 핵 무장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핵개발역량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에 비춰서 마음만 먹으면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핵무장론자들 역시 대한민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빠르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기초적인 핵무기는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원자력계의 환경을 직시하지 못한 허황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중국에서 오랫동안 사회주의 과학기술을 연구한 핵·미사일 전문가인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사용 후 핵연료 반출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플루토늄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한 핵연료를 질산에 녹여 핵연료만 뽑아내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절차가 필수인데, 한미 원자력 협정이 이를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해 이 연구위원은 "자체 핵무장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나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해서 공론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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