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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경협, 4대그룹에 '수십억대' 회비 요청
기업별 'ABC' 등급, 회비도 등급별 차등적용…류진 회장이 주도
형평성 이의 제기에 '삼성 특혜' 볼멘소리까지
2024-03-27 16:06:55 2024-03-27 16:07:22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탈퇴했던 회원사의 재가입 등 전열 정비를 마무리 짓자, 회원사들에게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는 수십억원대의 회비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전신이었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때와 달리 기업별 등급(A-B-C)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회비도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시행은 올해부터입니다. 이는 기존 회비 납부 체계가 불공정하다는 류진 한경협 회장의 지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그룹에는 재계 순위에 따라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포함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문을 받아든 기업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활동도 제대로 안 하는 데다, 회비 책정 기준을 놓고도 볼멘소리들이 흘러나왔습니다. 기존 전경련은 자산 및 매출 규모를 따져 회비를 책정했습니다. 삼성은 가장 많은 회비를 내는 '일등' 회원사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4대 그룹을 A그룹으로 묶어 동일한 회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자연스레 삼성 특혜 시비도 불거졌습니다. 반면 류진 회장은 기업 수준에 맞게 회비를 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내용의 회비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손질했다고 합니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회비의 60% 이상을 4대 그룹에 의존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자산총액 기준으로 4대 그룹 외에 포스코, 롯데, 한화, GS, HD 현대 등이 10대 그룹을 형성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한경협 회원사로 가입했고, 신동빈(롯데)·김승연(한화)·허태수(GS) 회장 등은 이미 한경협 부회장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 김창범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박정원(두산), 이웅열(코오롱), 김윤(삼양), 김준기(DB), 이장한(종근당), 조원태(한진), 조현준(효성) 회장 등이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경협 FKI타워.(사진=연합뉴스)
 
한경협의 회비 납부 요청은 순차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회비 요청과 관련해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각 기업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회비 납부 공문 발송은 각 기업의 주주총회를 전후한 3월 초부터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경협 측은 "회비 납부 안내 공문이 나간 건 맞다"면서도 "다만 세부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변경된 회비 납부 체계에 반발하는 기업들도 다수입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다른 회사에 비해 회비를 적게 내던 기업이 A그룹에 포함되면 A그룹 회비 테이블에 맞춰 상향해서 내야 한다"면서 "반면 회비를 많이 내던 기업이 C그룹에 포함되면 기존보다 적게 내게 되는 시스템이어서 각 기업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존과 시스템이 달라지면서 형평성에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회비 청구서를 받아든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기존에 냈던 회비보다 더 청구됐다"며 "주요 그룹에는 수십억원대의 회비를 요구했는데, 이 금액이 적정한지도 의문"이라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삼성이 가장 좋은 것 아니냐. 과거 회비를 가장 많이 냈었는데, A그룹으로 묶이면서 다른 기업들과 똑같은 금액을 내게 됐다"고 했습니다. 
 
4대 그룹의 한경협 활동을 두고도 '반쪽짜리 가입'이라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앞서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로는 남았습니다. 한경협이 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출범하는 과정에서 4대 그룹이 재가입된 상태입니다. 4대 그룹은 한경협 회원사로 이름은 걸어뒀지만 본격적 활동에는 미온적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권교체 등에 따라 또 다른 불똥이 튀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동시에 4대 그룹은 정경유착 방지 등 한경협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의 한경협 합류를 권고하면서 회비 납부 시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조건부를 걸기도 했습니다. 
 
회비를 받아야 하는 '을' 입장인 한경협은 국민 여론과 주요 기업들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과거 전경련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되면서 4대 그룹이 줄줄이 탈퇴한 바 있습니다. 4대 그룹 회비 수익에 의존하던 전경련은 이들의 탈퇴로 회비 수익이 급감, 조직의 절반가량이 구조조정되는 등 존폐 위기에까지 처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재계와의 통로를 대한상공회의소로 일원화하며 전경련을 외면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전 2016년 전경련의 회비 수익은 400억원 초반이었지만, 현재는 110억원 수준으로 급감한 이유입니다. 지난해 결산서 내역을 보면 700억원에 달하는 한경협의 사업수익 대부분은 부동산 수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4대 그룹이 복귀했지만 본격적으로 회비를 납부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한경협으로서는 회비 수익이 1차적 목표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동시에 한경협은 본격적인 세 확장을 주요 과제로 삼고, 현재 427개 회원사를 향후 600여곳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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