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내로남불 굿판
공영방송 둘러싼 불편한 진실
2024-08-07 06:00:00 2024-08-07 06:00:00
툭 하면 나오는 거짓의 대서사시. 제목은 혹세무민. 주 소재는 짜고 치는 내부자들. 주연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파. 조연은 패자. 이들은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영웅주의를 들고나와 5000만 국민 앞에서 거짓의 굿판을 벌입니다. 명분은 민주주의. 속내는 탐욕·위선·오만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들을 고발합니다.
 
언론 민주화로 둔갑한 '방송 4법'
 
정국 화약고인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 개정안)의 선악 프레임은 명확합니다. 정의의 화신은 22대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한국의 괴벨스' 역할은 참패한 여당 몫. 하나만 묻겠습니다. 이거 '방송 정상화법' 맞습니까.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비밀. '7대 4'와 '6대 3' 전자는 한국방송(KBS) 이사회, 후자는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여야 성향 이사 비율. 방송법 어디에도 관련 규정은 없습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거대 양당의 짬짜미로, 이 같은 기형적 공영방송 이사진이 유지됐을 뿐입니다. 
 
거대 양당은 그간 왜 공영방송 이사회의 권력 분점을 법안에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을까요. 방송법 제46조3항(각 분야 대표성→방송통신위 추천→대통령 임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시민의 대표성을 외면했을까요. 선거에서 이긴 쪽이 5년간 망나니 칼춤을 춰도 눈감는 일종의 미필적 고의 장치 아닌지요. 
 
또 하나만 묻겠습니다. 방송 4법이 공포되면 87년 체제 이후 37년간 언론을 옭아맨 '방송의 진영화'가 해소됩니까.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KBS·MBC·EBS의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설치법은 공영방송 이사의 결정권을 가진 방통위원을 기존 '2(대통령) 대 1(여당) 대 2(야당)'에서 2대(대통령) 대 3(국회)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입니다. 
 
사실상 눈속임입니다. 이사진을 10명 안팎에서 21명으로 늘리면 공영방송의 흑역사를 끊을 수 있습니까.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진 구성을 위한 국민추천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 등은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습니까. 거대 양당이 서로를 향해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쥐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하지만, 틀렸습니다. 누구의 영구 장악도 허용하지 않고 5년마다 공영방송을 바꿔치기하려는 거대 양당의 암묵적 담합에 불과합니다. 
 
더 늘어난 전리품…'정치적 후견주의'만 심화 
 
얼마나 좋습니까. 총·대선 승리의 전리품이 기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문민 통제를 벗어난 공영방송은 삐뚤어진 개혁 놀이에 필연적으로 빠집니다. '너는 누구 편이냐'를 강요하는 현대판 사상 검증만 횡행합니다. 그 주변엔 권력에 기생하는 불나방들로 득실거립니다. 언론의 독립성은커녕 공영방송 전체가 정치권력의 나팔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의 공영방송은 노름판 타짜가 난무하는 아수라와 무엇이 다릅니까. 
 
한국 민주화의 산증인 민주당에 묻습니다. 방송 4법은 정부의 입김을 약화하는 일종의 제동장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민주당은 2016년 7월에도 유사한 내용의 방송 3법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정권이 들어서자, 법 개정에 손 놓은 정당은 어디였습니까. 여당 땐 공영방송을 야당에 내줄 수 없더니 공수가 바뀌자, 방송 민주화 프레임을 다시 꺼냈습니다. 
 
누더기 된 방송법의 원죄론을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방송 4법에 '좌파 장악' 프레임을 덧씌운 윤석열정부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끝났습니다. 다만 민주당도 과거 내로남불에 대해 사죄는 하십시오.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 하나 탄핵한다고 장장 37년간 이어진 방송장악의 흑역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170명의 민주당 의원님, 국민과 싸우려 하면 안 됩니다. 많은 국민은 진보정권의 방송장악 시도 역시 잊지 않고 있습니다. 모르면 무능이고 알고도 외면하면 위선입니다. '삐뚤어진 개혁 놀이', '5년마다 누가 덜 나쁜 괴물이 되느냐'의 경쟁, 그만 멈출 때가 됐습니다. 
 
최신형 정치정책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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