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국고채전문딜러(PD)의 담합 행위에 대해 제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과도한 처사라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시장 조성을 위한 정보교환이었을 뿐 사익 추구를 위한 담합이 아니었고 인수금액 기준의 조 단위 과징금도 과도하다는 주장입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 3월 국고채전문딜러 증권사들에 대한 담합조사 후 심사보고서 초안을 발송한 데에 대해 증권사와 은행 등 PD사들은 의견서 제출 기한을 연장할 계획입니다. 해당 사건의 최종 심의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업계서는 공정위가 국고채 입찰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정보교환 행위를 담합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정보교환의 대부분이 '낙찰금리 인근에 응찰하기 위한 기준 금리', 일명 '골대금리'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골대금리란 국고채 입찰 시 낙찰 가능성을 높이면서도 인수실적(실적 점수)을 인정받을 수 있는 아주 좁은 금리 구간을 뜻합니다. 기획재정부 고시 국고채 관련 규정 제30조에 따르면, 정부는 낙찰된 최고금리에 0.03%포인트를 더한 범위 내에서 응찰한 금액에 대해서만 일정 조건 하에 인수실적으로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최고 낙찰금리가 3.40%였다면, 3.40~3.43% 구간에서 응찰한 일부 금액만 실적으로 인정되는 식입니다. 이는 낙찰금리가 시장금리보다 지나치게 높아지는 걸 방지하는 기능도 합니다. 정부가 너무 과도한 이자를 물지 않도록 제한을 둔 셈입니다.
업계는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정보 공유였다고 주장합니다. 한 채권 전문가는 "국내 채권시장의 40%가 국고채 시장인데, 담합으로 흔들릴 정도라면 과연 외국인들이 지금처럼 90%씩 국고채를 사들였을지 의문"이라며 "조작이나 금리 왜곡이 만연하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PD는 수익 추구보다, 증권사의 대외 신인도를 제고하는 차원의 업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수십억원의 수익이 발생하거나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획재정부가 국고채 입찰에서 발행 총 물량을 확정· 고지하며, 10% 실인수 의무가 있는 총 18개 PD사가 입찰에 참여합니다. 국고채 입찰 시장이 항상 초과수요가 발생하도록 설계된 탓에 시장보다 낮은 금리에 낙찰된 PD사들은 이 채권을 인수한 뒤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PD사인 A사 관계자는 "국고채 입찰 자체가 수익이 되지는 않는다. 우수 PD에 선정되면 다른 영업을 할 수 있는 이름값과 신뢰로 이어질 뿐"이라며 "사실 기재부 업무를 민간 금융기관들에게 위탁한 셈인데, 금융사에겐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정위의 PD 담합 제재 건으로, 시장 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사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보고서가 발송된 지난 3월 이후 시장에 영향이 생겼다"며 "과거엔 시장금리와 낙찰금리 사이의 갭이 컸는데, 지금은 비슷하거나 예전보다 확실히 약하게 낙찰되는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완전히 그(공정위 제재)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각 PD사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회사도 '리스크가 큰 일을 왜 하냐'는 분위기"라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올해 국고채 발행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어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최근 1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기획재정부는 이중 약 9조5000억원가량의 재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예정입니다. 이번 PD 담합 제재로 PD 활동이 위축될 경우(입찰 강도가 약해질 경우) 자칫 정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학계에서는 PD 활동에 대한 형사처벌 예고나 조 단위 과징금 부과는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업계 특성상, 매출액(인수금액)이 아닌 실제 순이익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원은 "실제 문제 소지가 있다면, 시장 규율적인 측면에서 제재하고 문책하는 등 소프트한 방식도 있을 텐데, 파리가 나는데 미사일 쏘는 격"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