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이선재 인턴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수도권 유세로 맞붙었습니다. 두 후보는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며 공세를 이어갔는데요. 이재명 후보는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인 김 후보의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악법' 발언을 저격했습니다. 김 후보는 "나는 총 맞으면 맞겠다"라며 방탄조끼에 방탄유리까지 꺼낸 이재명 후보 대선 유세 풍경을 꼬집었습니다.
이재명, 중대재해법으로 '김문수 저격'
이재명 후보가 20일 경기도 의정부를 시작으로 고양, 파주, 김포에서 수도권 집중 유세에 나섰습니다. 이날 의정부 로데오거리를 찾은 이재명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법인데, 국민의힘이 합의해서 사인해놓고 악법이라고 (대선) 후보가 주장하면 되겠느냐"며 중대재해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한 김문수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전날 발생한 시흥 SPC삼립 제빵공장 노동자 사망 사건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먹고살자고 일하러 갔는데 되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우리 국민 대다수가 노동을 통해 먹고사는데 노동자들이 현장의 안전시설 미비로, 과로로, 목숨을 잃고 그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게 타당한 일이냐"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안전 조치를 안 해서 돈은 누가 벌었나? 사업자가 벌지 않았느냐"며 "근데 이 사업장 안에서 누가 죽고 다치면 고용된 관리자가 책임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후보에 대한 공세도 이어갔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법을 어기고 안전 조치 안 하는 게 이득이니까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안전 조치 안 한 과실 있는 사람 책임을 묻자', '형사 처벌하자' 이게 잘못된 거냐. 이걸 왜 폐지하자고 그러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장관 출신에 노동운동가 경력을 강조하던 김 후보가 역설적으로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는 점을 정조준한 것인데요. 김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에 참석해 중대재해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제가 결정권자가 되면 반드시 이런 악법이 기업을 괴롭히지 못하게 고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수도권 유세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유세 현장의 두 후보 모습. (사진=뉴시스)
김문수 "난 방탄조끼 안 입어" 맞불
김 후보도 이날 서울 강서구를 시작으로 영등포구, 강동구를 거쳐 경기도 하남까지 본격적인 수도권 유세에 뛰어들었습니다. 김 후보는 강서구 화곡남부골목시장 유세에서 "자기를 방탄하기 위해서 방탄 국회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 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이재명 후보를 저격했습니다.
방탄조끼에 방탄유리까지 등장한 이재명 후보의 유세 풍경을 비판했습니다. 김 후보는 "저는 방탄조끼를 입을 필요가 없다"며 "(이재명 후보는) 누가 총을 쏠까 싶어 (입는데) 우리 국민이 누가 총을 쏠지 모를까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발언 도중 자신의 겉옷 지퍼를 내리며 옷 안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는 "전 방탄조끼도 없고 방탄유리도 없다", "방탄조끼 입고 유리 다 쳐놓은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 되겠느냐"며 자신에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나는 경호가 필요 없다. 총 맞을 일 있으면 맞겠다"며 발언 수위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김 후보는 "이래서 어떻게 자영업자를 살린다고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하는데 원가가 120원밖에 안 한다고 하면 되겠나"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러면서 "김문수는 시장 대통령이 되겠다"며 "시장이 장사가 잘되고 오시는 분들이 좋은 물건을 잘 사고, 좋은 생활을 꾸릴 수 있도록 시장 대통령,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날 저녁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유세를 시작으로 수도권 표심 공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오직 '이재명 때리기'에 혈안이 된 모습입니다. 김 후보는 이날 중도층 외연 확장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중도층도 있지만 우선 국민의힘 지지층과 우리 전체적 자유 진영의 결집, 통합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지만, 실질적인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표심 공략 방안이 불투명함을 스스로 실토한 셈입니다.
홀로 광주 간 이준석, '양당 때리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이날 '수도권 대전' 대신 광주 유세에 나홀로 나섰습니다. 그는 양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광주 지역 언론인과 간담회에서 이준석 후보는 "(호텔 경제학은) 인터넷 밈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을 이재명 후보 측이 2014년에 다른 어떤 사람의 제안을 듣고 그대로 지금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며 "거의 인터넷에서 퍼 온, 그냥 역설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경제정책이라고 제시한 이재명 후보는 무지함을 책임지고 좀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구주와 전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가 '김문수 지지' 후 사퇴한 데 대해선 "예상된 수순으로, (김 후보가) '오른쪽' 텐트를 치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며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을) 중도층 표심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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