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국민의힘 무분별한 '이재명 의혹' 논평에 제동
국민의힘, 2023년 9월 이재명 공격하다 '허위사실' 주장
2심 재판부 "정치적 논평이라도 허위 적시하면 명예훼손"
2025-05-30 14:18:25 2025-05-30 16:05:2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정당 논평이라고 할지라도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상대로 논평을 냈던 국민의힘에 내려진 판결입니다. 정당의 정치적 논평이라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이번 판결로 정당의 ‘아무말 대잔치’ 논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사진=뉴시스)
 
서울남부지법 민사2-3부(부장판사 박연주)는 지난 8일 폐기물 업체 ‘나눔환경’이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에서 “국민의힘 등이 나눔환경에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 전 대변인은 2023년 9월 "내란음모 통합진보당 이석기와 유착관계 의심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제는 '국가완박' 내란선동 나서나"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설립 한 달뿐이 안 된 나눔환경은 성남시와 56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며 “이 자금은 이석기의 지하조직으로 추정되던 혁명조직(RO)으로 흘러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나눔환경은 2010년 12월 설립됐고, 이듬해 2월 성남시와 14억원 규모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56억원 규모의 계약은 2013~2019년 6년여 걸쳐 6차례 체결한 겁니다. 아울러 RO은 2015년 대법원에서 실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대법원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죄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며 “RO의 존재 자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도 나눔환경 자금 일부가 이 전 의원 관련 조직에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습니다. 
 
이에 나눔환경 측은 김 전 대변인이 논평을 낸 이후 회사의 신용이 훼손됐다며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국민의힘 측은 “야당 대표와 관련된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은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허위사실을 용인한 겁니다. 1심을 맡은 남부지법 민사10단독 김종찬 판사는 “이 논평을 접한 사람이 야당 대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될 수는 있으나, 나아가 나눔환경까지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논평을 접한 상당수는 이를 정치 공세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제가 된 논평 내용을 허위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RO에 대해선 “(형사재판에서의) 무죄 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해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RO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앞서 대법원이 RO의 실체에 관해 확정한 판결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증거가 없는 이상 RO의 존재를 섣불리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적 논평이라고 할지라도 표현의 자유엔 한계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적시 사실은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해도, 그 한계를 초월해 구체적 사실을 허위로 적시함으로써 나눔환경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 침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공적인 존재인 야당 대표에 대해 단정적인 어법이나 수사적인 과장 표현을 사용해 정치적인 공세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적인 존재인 원고까지 실명으로 언급하며 이 사건 적시 사실과 같이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다”며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야당 대표에 대해 정치 공세로 치부할 수는 있어도, 나눔환경과 관련된 이 사건 적시 사실은 객관적인 진실로 믿거나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2심 판결과 관련해 나눔환경을 대리한 박치현 변호사는 “정당 대변인의 정치적 논평이라 해도 무한정 자유가 인정되는 건 아니며, 특히 사적 존재에 대한 언급에서 자유가 제약된다는 의미의 전향적 판결”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음에도 보수 정당과 언론에서 RO가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데 대해 새로운 증거도 없이 RO가 존재하는 것처럼 하는 건 허위 사실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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