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장, 직원에 막말하고 '지인 챙기기' 의혹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출신 최현호, 이례적으로 원장 임명돼
"직장내 괴롭힘은 전통적 노동법 아니다"…"직원들 휴가 많다"
지역구민, 지인들을 교육원 강사로 추천·위촉했다는 의혹 제기
고용부, 막말·권한남용 혐의로 최 원장 대한 감사 진행 중
최 원장 "직원들 휴가 사용 적극 권장…강사 위촉 관여 안했다"
2025-06-12 16:42:57 2025-06-12 18:02:37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이하 교육원) 원장이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고, 지인들을 교육원 강사로 위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원장이 '직장 내 괴롭힘은 전통적 노동법이 아니다. 직원들 휴가가 많다'라는 구시대적 노동관을 드러내고, 직원들 외모 품평도 서슴없이 했다는 겁니다. 최 원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7번이나 출마해 모두 낙선했는데, 그가 지인들을 강사로 위촉한 건 선거를 의식해 표 관리를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제기된 논란에 대해 "직원들의 휴가 사용은 적극 권장하고, (외모를 품평하는 식으로) 말한 적 없다"면서 "강사 위촉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습니다. 
 
1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최 원장이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고 권한을 남용한 혐의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 원장의 직장 내 갑질에 시달린 직원들이 고용부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교육원은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1989년 민간·공공부문 노동교육을 담당하는 한국노동교육원으로 시작, 2009년 역할이 축소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밑으로 편입됐다가 2020년 별도 법인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으로 신설됐습니다. 그런데 한국노동교육원 시절을 포함해 원장은 대부분 퇴임한 정부 부처 관료나 노동 전문가들이 맡아왔습니다. 하지만 관료나 노동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이 교육원 수장을 맡은 건 최 원장이 처음입니다. 
 
최현호 한국고용노동교육원 원장이 지난해 4월29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고용노동교육원 홈페이지)
 
최 원장은 1958년생으로, 15대부터 21대 총선까지 내리 출마, 낙선한 이력이 있습니다. 2022년엔 국민의힘 청주시 서원구 당협위원장을, 2023년 5월까지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정무특보를 지냈습니다. 최 원장은 2024년 4월 교육원장에 취임했는데, 이례적 인사엔 우려가 컸습니다. 교육원은 고용노동 교육을 통해 노동 인권 인식을 확산하는 역할을 하는데, 최 원장은 노동 관련 이력이 없는 겁니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최 원장은 임기 초부터 반노동 행보를 했다고 합니다. 교육원 직원들 말을 종합하면, 최 원장은 지난해 5월 교육원 본관 로비에 걸린 현수막에 '노동 인권'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현수막을 바꾸라고 지시했습니다. 노동 인권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교재를 타기관으로 배포하는 것조차 원치 않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회의 땐 반노동 발언도 했다고 합니다.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최 원장은 올해 2월 업무보고 자리에서 "'직내괴'(직장 내 괴롭힘)는 전통적 노동법은 아니다", "직내괴 그거 교육 잘해야겠어. 그걸 잘못해 놓으니까 머릿속에 직내괴 이 개념만 딱 들어 있는 거야, 그 용어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의 유형과 기준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툭 하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만 제기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겁니다. 
 
최 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연·원·일 평균 따져보니 직원들 22%가 휴가를 쓴다"며 "무슨 휴가가 그렇게 많지, 다 외우지도 못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계약직 노동자로 대체 인력을 충원하는 경우 통상 계약이 만료되는 12월 말이면 계약직 직원은 휴가를 소진하게 됩니다. 이때 업무 공백이 발생하니까 정규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요청에 들어오자 최 원장은 "나는 작년에 하루 쉬었어", "그런 것(계약직 직원이 휴가 소진하는 것) 좀 없앨 수 없어? 잠깐 나오는 사람들도 다 (휴가) 찾아먹게 하려면 한 달은 그냥 놀다가 가"라고 했습니다. 
 
최 원장이 직원들 외모 품평을 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사례를 들면, 사무실 앞에 걸린 직원 현황 사진을 보고선 '사진이 40대 아줌마 같다. 문 앞에 걸린 프로필 사진이 별로니까 바꿔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겁니다. 
 
기관장의 권한을 남용해 지인 챙기기를 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최 원장은 부임 후 '청(소)년 취업활성화 고용노동교육'이란 사업을 신설했습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군인, 학부도 등을 대상으로 노동법 등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문제는 교육을 담당할 '고용노동교육 전문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충북·청주시 지역민, 전·현직 해병대원(최 원장과 그의 두 아들은 해병대를 전역), 지인 등이 강사로 추천됐다고 합니다. 
 
강사는 교육을 통해 총 100명이 배출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육은 충분하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은 최 원장과 식사하는 친목 자리였다고 합니다. 아울러 강사들의 강의는 최 원장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됐습니다.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이달까지 총 25차례의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이 가운데 최 원장이 직접 추천하고 위촉한 인사 3명이 9차례의 강의를 했습니다. 전체 강의의 36%입니다. 강사들은 강의를 하면 최소 10만원 이상의 강의비를 받는다고 합니다. 최 원장의 지인들이 전체 강의비의 3분의1을 받아 간 겁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막말과 권한 남용에 대한 최 원장 감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뉴스토마토>의 질문에 "정식으로 감사 청구가 들어왔고, 감사실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최 원장에게 제기된 의혹과 논란에 대한 반론과 입장을 요청했습니다. 
 
최 원장은 '노동 인권'이라는 표현이 담긴 현수막을 교체하라고 지시를 했다는 증언에 대해선 "지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당시 고용부가 (노동 인권 대신) 노동 권익이라고 하는 게 더 좋겠다고 해서 상급 행정청 (방침)에 따르는 것이 옳겠다고 말을 한 적은 있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의 휴가에 관해 언급한 것에 관해선 "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직원들의 휴가 사용은 적극 권장한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의 외모를 품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에 관해선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면서도 "한 직원이 너무 짙은 빨간색 옷을 입고 사진을 붙여놨길래, 좀 순한 색으로 하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저한테) 감사하다고 하고 (사진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지인들을 고용전문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의혹에 관해선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며 "(전문위원으로) 해병대 (사람을) 추천한 건 전혀 없다. 충북에서는 20여명 중 박사학위 가지고 고용부에서 퇴직을 했거나 현직 교수인 분들 4~5명을 추천했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