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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 18일 11:3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카카오(035720)가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한때 국민 메신저로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했지만, 최근 몇 년간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와 해외 사업 실패, 리더십 공백이 겹치며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오픈AI와의 협력과 6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등은 미래 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AI 육성 기조와 맞물리며 카카오가 반등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카카오)
AI 사업에 사활 건 카카오…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대감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를 ‘AI 기업으로의 전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오픈AI와 협업을 시작으로 생성형 AI 검색, 메이트 서비스 출시, AI 기반 에이전트 플랫폼 구상, 전용 데이터센터 설립 등 다각적인 계획을 공개했다. 동종업계 대비 AI 전환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카카오는 연초 오픈AI와의 협력 소식과 함께 관련 서비스 출시 일정을 알리며 시장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의 AI 집중 행보에 정부와의 협업 기대감도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김범수 센터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카카오는 사상 최악의 수난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독점 규제 강화를 예고했고, 금융위원회의 플랫폼 규제 확대와 콘텐츠 검열 논란까지 겹치며 카카오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며 김범수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반전의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의 ‘AI 100조 투자’ 공약은 카카오의 주력 사업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카카오가 제2의 도약을 시도할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발맞춰 카카오는 남양주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내에 6000억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업의 첫 대규모 투자다.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고성능 GPU와 친환경 인프라를 도입해 글로벌 수준의 AI 처리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지현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선 이후 영업환경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기대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면서 “정책 기대감 외에도 경기 회복에 따른 광고 이익 확대와 하반기 출시 예정인 AI 서비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수 비욘드코리아 실패 후폭풍…적자 누적에 사업 철수 잇따라
카카오가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창업자 김범수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와 그림자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부 리더십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되는 이유다.
김범수 창업자가 주도했던 해외 시장 확대 전략인 '비욘드 코리아' 프로젝트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했으나, 글로벌 불확실성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철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의 해외 계열사 수는 67개로, 2023년(80개) 대비 16.25% 줄었다. 2022년 카카오IX UK(영국)를 시작으로 미국, 일본에 이어 올해 4월에는 중국 DK차이나와 인도 크로스코믹스 인디아가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뉴이니셔티브’라는 명분 아래 추진된 이 같은 글로벌 확장은 성과 부진으로 이어졌고,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 –1조8167억원, 2024년 –1619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후퇴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률도 –24.04%, –2.06%를 기록했다.
카카오는 현재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147개였던 계열사 수는 올해 5월 104개로 약 30% 줄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과거의 실책을 극복하려면 책임경영 체제 정립과 전략적 리더십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창업자 리스크와 투자 실패의 후폭풍이 AI 대전환의 추진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범수 센터장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CA협의체 공동 의장직 사임과 사법 리스크 장기화는 카카오 경영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세조작 혐의에 대해 법원의 판단과 무관하게 김 센터장의 공식적인 경영 복귀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동종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I 사업은 막대한 투자와 장기 전략이 필요한 만큼, 김범수 의장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그룹 전반의 추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이야말로 카카오가 '창업자 그림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해외 법인과 국내 계열사 정리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전략에 따른 결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일부 사업에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일부 재무 지표는 개선됐고 AI 사업 부문에서 새로운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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