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을 잘한다는 것은
2025-06-24 06:00:00 2025-06-24 06:00:00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사람들 사이에 “일을 잘한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일을 잘하는 것’이 뭘까. 쉬운 것 같지만 막상 정의 내리려 들면 어려운 말이다. 성과가 좋단 뜻인가, 속도가 빠르단 뜻인가, 아니면 실수가 없단 말일까. 
 
먼저 일 잘하는 것의 개인적 의미를 살펴보자. 삶의 질은 곧 일의 질이다. 일은 단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자아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정성을 다해 일하는 사람은 결국 자기 삶에도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작업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품격’이 배어난다. 
 
방송국 PD를 하는 지인이 식사 자리에서 내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나는 출연자 섭외 전화를 걸 때 그 사람이 안 받아도 ‘이 사람이 나중에 이 통화를 듣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남긴다.” 작은 일 하나에도 인간적 예의를 담는 이런 태도는 결과적으로 일의 성패뿐 아니라, 사람 사이 신뢰를 쌓는 기반이 된다. 
 
일 잘하는 것의 사회적 가치는 어떨까. 한 개인이 일 잘하는 것이 왜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까. 신뢰는 쌓이는 속도보다 무너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한 의사의 오진, 한 공무원의 실수, 한 기자의 오류가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기 쉽다. 권한의 크기만큼 확산의 크기도 비례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머리 없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사태가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반대로 한 명의 헌신적인 소방사,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회복지사, 배려 깊은 택배기사 덕분에 사람들은 여전히 이 사회가 살아 있다고 느낀다. 일의 질은 결국 시스템의 질을 만든다. 우리나라 KTX가 칼같이 제시간에 도착한다고 느낄 때 그것은 수천 명의 철도 종사자들이 각자의 일을 ‘제대로’ 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기본 단위이다. 
 
사회는 혈관처럼 얽힌 인프라와 사람들로 이뤄진다. 이 안에서 일 잘하는 사람은 마치 규칙적으로 뛰는 심장과도 같다. 눈에 띄지 않지만 그 리듬이 멈추면 도시 전체가 흔들린다. 업무가 단절되거나 무책임하게 처리되면 결국 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이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일머리가 좋다’는 표현이 있다.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단지 눈치 빠른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 결과와 과정 사이 균형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 균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무가 햇빛과 물을 받아 하루에 1cm씩 자라듯 신뢰도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 몰입을 통해 축적된다. 
 
조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구성원은 ‘혼자 빛나는 사람’이 아니라 ‘옆 사람까지 빛나게 하는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건 혼자 잘났단 뜻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신뢰를 주고받으며 결과를 만들어낸단 의미에 더 가깝다.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자기를 존중하고 타인을 배려하며 사회를 신뢰하게 만드는 행위이다. 
 
그런 개인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뉴스에서 ‘무능’이 아닌 ‘정직과 실력’을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의 신뢰를 만드는 일꾼이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다. 이재명정부가 끝난 뒤에도 “다른 건 몰라도 일 하나는 정말 잘했다”는 말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백승권 비즈라이팅 강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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