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이재명정부 인사 과정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또다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봉욱 전 대검 차장과 영전한 검찰 간부들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연루됐기 때문입니다.
김 전 차관 사건은 최악의 검찰 흑역사라고 불립니다.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의 대표 사례로 꼽힙니다. 검찰이 ‘검사 선배’ 김 전 차관에게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하는 동안 핵심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습니다. 김 전 차관은 재수사를 통해 기소됐지만, 검찰의 증인 회유 가능성이 제기된 끝에 결국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윤석열씨의 검찰은 문재인정부 ‘표적 수사’에 김 전 차관 사건을 이용했습니다.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절차가 위법하다며 검찰 개혁을 이끌던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 등은 지난달 1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의 핵심 타깃이었던 이 전 비서관은 이 사건 수사를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보복 수사, 검찰권 남용”이라며 표적 수사를 일삼던 이들을 기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과의 인터뷰는 지난 3월부터 7일까지 대면과 전화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다음은 이 전 비서관과의 일문일답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혁신당 이규원(왼쪽부터) 대변인, 차규근 의원,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해 11월2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정의한다면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은 크게 세 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9년 3월22일 출국을 시도한 김학의의 출국을 금지시킨 사건으로 저와 이규원 조국혁신당 전략위원장(당시 검사),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기소됐고, 지난달 4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 사건 앞뒤로 사건이 더 있는데, 앞단의 사건이 기획사정 의혹입니다. 검찰 프레임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소속 이규원이 청와대 이광철의 지시를 받고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 수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겁니다. 제가 수괴처럼 매일 보도됐지만 이규원만 기소됐고, 지난 2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고 항소심 진행 중입니다. 뒷단의 사건은 수사무마 의혹입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 이규원에 대한 수사를 막았다는 건데, 지난달 1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세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보복이자, (별장 성접대 의혹 재수사를 통해) 자기 조직의 비위를 건드린 데 대한 보복이라고 봅니다. 법원 결론도 그렇게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검찰권이 이렇게 오남용 돼서야 되겠습니까.”
출국금지 사건 수사의 발단은 무엇입니까.
“출국금지 사건 직후 김학의 측이 ‘출국금지가 안 돼 있어서 나갔다’고 인터뷰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으로 출국금지 여부를 조회할 수 없었습니다. 법무부는 정보가 샜다며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사건은 수원지검 안양지청(부장검사 장준희)에 배당됐습니다. 장준희는 정보 유출자 대신 이규원에 대한 수사를 확대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를 막은 사람들을 왜 수사하냐’며 대노했고, 장준희는 2019년 7월 이규원에 대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출국금지 사건이 수면 아래 있는 동안 2019년 9월 조국 사태가 터졌습니다. 조국 사태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수사권으로 항명한 검찰 문제가 있고, 다른 한편엔 청년층 불공정 이슈가 있어 전선이 복잡했습니다. 칼날 위에 서있듯 당사자들이 한 발씩 나아가던 참에 2019년 10월11일 한겨레의 <“윤석열도 별장에서 수차례 접대” 검찰, ‘윤중천 진술’ 덮었다> 보도가 터졌습니다. 이건 명백한 오보였습니다. 진보판 채동욱 사건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권력이 한겨레와 짜고 검찰총장을 날리려고 했다며, 그 배후로 저와 이규원이 의심받았습니다. 조국 사태는 물론 김학의 사건 전개 과정에서도 굉장히 중대한 변곡점이 됐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검찰 내에서도 조국에 대한 윤석열식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습니다. 그러나 그 기사를 계기로 검찰이 똘똘 뭉치게 됐습니다.
한겨레 수사를 하던 서부지검 형사4부 부장검사 변필건은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받으면서 기획 사정 의혹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그해 문재인 청와대를 향한 온갖 수사들이 진행됐습니다. 조국 사태가 일단락되고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윤석열 징계로 폭발하던 2020년 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공익 신고’가 나왔습니다. 장준희가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가 위법했다며 ‘공익 제보’를 한 겁니다. 윤석열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에 사건을 보내면서 2021년 1월 출국금지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22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혐의' 관련 파기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이광철 전 비서관 등 세 사람은 지난달 4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판결문을 통해 검찰의 ‘선택적 기소’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검찰과거사위 간사였던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봉욱 민정수석(당시 대검 차장)이 출국금지를 지시한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정작 지시자는 기소하지 않고, 기획사정 프레임 속에서 실행자만 기소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 수사를 담당했던 송강·임세진 검사가 각각 광주고검장,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으로 영전했다는 겁니다. 이 전 비서관 등 세 사람은 지난 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두 검사는) 윤석열이 미리 정해준 결론에 충실히 복무했다”며 인사 재고를 촉구했습니다.
모르쇠로 일관한 봉 수석도 문제가 됐습니다. 앞서 봉 수석은 2022년 8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사후에 상황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봉 수석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보낸 문자와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봉욱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봉 수석을 과연 검찰개혁 적임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조국혁신당은 봉욱 민정수석과 검찰 인사를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은 ‘검찰 개혁은 제도로 하는 것’이라며 검찰 인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제도는 바꾸고 사람은 가리지 않는다.’ 지난 3일 기자회견 발언으로 검찰 개혁을 미루려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를 불식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일을 하겠다고 사람을 쓰면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필하는 인사팀은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행정기관 인사의 기본이 능력인 건 맞는데, 청와대 인사는 밖으로 비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합니다. 인사가 국민들이나 유관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이냐는 정치의 영역입니다. 행정 조직 운영의 영역과 정치 영역, 두 가지의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합니다.”
민주당의 검찰 개혁안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국가수사위원회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가장 큽니다.
“한 해 전체 수사가 150만건쯤 되고, 최소한 검찰 직접 수사 영역으로만 좁혀도 1년에 1만건은 될 것 같은데, 국수위 위원 11명이 이 많은 수사를 다 살필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인권위원회(11명)나 진실화해위원회(9명)는 담당 사건이 매우 제한적이지 않습니까. 또 국가수사본부는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공수처는 독립기관인데, 국무총리실 산하 국수위가 수사기관 조정 역할을 한다면 공수처의 독립성과 상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아울러 위원 11명 중에 대통령 몫이 4명이고, 국회 몫이 4명, 위원추천회 몫이 3명입니다. 산술적으로 여당 몫이 8명이라서, 수사기관 조율을 핑계로 대통령과 여당이 수사기관을 장악한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킬 현실적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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