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현대차그룹이 올 하반기에도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관세 장벽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상반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속에서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택했던 전략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특히 올해 신차 출시가 잇따를 예정이라, 추가 반등 모멘텀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입니다.
지난 4월16일(현지시각)에 열린 2025 뉴욕 오토쇼에서 올스 헤드릭 기아 미국법인 상품기획 디렉터가 발표하는 모습(사진=현대자동차그룹)
13일 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 등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해 1∼6월 미국에서 약 89만4000대를 판매하며 상반기 시장점유율 11.0%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동기 10.5%보다 0.5%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 기간 현대차는 47만7천대(5.9%), 기아는 41만7천대(5.1%)를 각각 판매했습니다. 지난 3~4월에는 찻값 인상에 대비한 미국 소비자들의 ‘패닉 바잉’을 잘 활용했고 5~6월에는 시장의 하방 압력을 방어해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현대차그룹은 단기 수익성보다 브랜드 인지도와 장기적인 시장 지배력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런 전략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잃는다는 것이 수익성 악화보다 더 큰 타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통적으로도 마켓 셰어를 상당히 중시해왔기 때문에 올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며 판매 확대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DB증권도 최근 리포트에서 “도요타, 독일 3사는 5% 안팎의 가격 인상을 시작했으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판매 가격 인상은 최대한 늦게 이뤄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는 높은 이익 체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차 3종이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1월14일 경기 성남시 메종디탈리 복합문화공간에서 신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대차는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디 올 뉴 팰리세이드’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아이오닉6’를, 기아는 다양한 트림의 K4 해치백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상반기에는 상품성 개선 모델을 제외하면 아이오닉9 단일 차종만 출시됐으나, 하반기에는 세 배 많은 신차가 출시됩니다. 특히 세 모델 모두 기존 반응이 좋았던 만큼, 시장 반응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팰리세이드는 2019년 출시 이후 미국에서 누적 50만대 이상 판매됐고, 아이오닉6는 3만1000대가량 팔렸습니다. K4는 2009년 이후 152만8000대가 판매된 K3의 완전변경 모델로, 스테디셀러 계보를 잇는 차량입니다.
또 신형 팰리세이드는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하이브리드차(HEV) 모델까지 갖추며 시장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지난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HEV 판매량은 13만6000대로 작년보다 45.3% 증가했습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 수요 변화는 현대차그룹에 유리할 수 있다”며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시장 수요가 전기차와 SUV보다는 (저렴한) HEV나 세단으로 이동할 수 있다. 모두 현대차그룹이 경쟁력을 가진 차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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