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다시 폭염…밥상물가 '빨간불'
이상 기후 심화에 작황 악화
신선식품 급등에 따른 먹거리 물가 상승 불가피
중장기적 수급 안정 방안책 논의될 필요
2025-07-21 15:59:29 2025-07-21 19:50:16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전국에 걸쳐 폭염, 폭우가 반복되는 이상 기후가 심화하면서 밥상물가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이미 올 들어 고물가 기조가 내내 지속되는 상황에 이번 폭염 및 폭우로 곳곳에서 역대급 피해까지 더해지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지는 실정인데요.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는 작황 부진이 이어지며 채소 등 신선식품의 가격이 크게 치솟는 추세입니다. 특히 이 같은 이상 기후가 단기간 내 해결될 수 없는 난제로 자리 잡은 만큼, 중장기적 수급 안정 방안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축구장 4만여 면적 농작물 침수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집중 호우로 20일 기준 전국 2만8491㏊(헥타르·1㏊는 1만㎡) 규모의 벼 등 농작물이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축구장(0.714㏊) 4만여개에 해당하는 큰 규모입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비가 집중된 충남이 1만6710㏊로 가장 컸고, 전남은 7612㏊, 경남은 3731㏊로 이들 지역 세 곳이 전체의 98%를 차지했습니다. 침수 피해 작물의 경우 벼(2만5065㏊)와 논콩(2050㏊)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했습니다. 또 고추(227㏊), 멜론(140㏊), 수박(133㏊), 딸기(110㏊), 쪽파(96㏊), 대파(83㏊) 등도 침수 피해가 컸습니다.
 
지표 물가 흐름도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1(2020년=100)로 1년 전 대비 2.2% 올랐습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연속 2%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는 5월 1.9%로 떨어졌지만 한 달 만에 다시 2%대로 반등했는데요.
 
문제는 농산물 가격 하락폭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5월만 해도 농산물 가격은 4.7%나 하락했지만, 지난달 들어서는 1.8%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 이달부터 폭염과 폭우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 농산물 가격은 상승 반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2년 전 장마철이 지난 이후 물가가 2% 수준에서 3%대 중반까지 치솟은 전례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주요 신선신품 가격 급등…중장기 대비책 마련 필요
 
현장에서 판매되는 주요 신선식품의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쌀(상품 기준) 20㎏ 도매가격은 5만3320원으로 1년 전 4만9360원 대비 8.02% 상승했습니다.
 
(인포그래픽 제작=뉴스토마토)
 
또 배추는 10㎏ 도매가격이 1만6122원으로 1년 전(1만2464원)보다 29.35%나 가격이 뛰었고, 풋고추는 10㎏ 도매가가 9만2920원으로 작년 7만2928원 대비 1년 새 27.41% 올랐습니다.
 
과일 가격도 급등세가 뚜렷한 모습입니다. 사과(후지)는 10㎏ 도매가가 1년 전 8만6550원에서 이달 18일 9만1260원으로 5.44% 올랐고, 복숭아(백도)는 4㎏ 도매가격이 같은 기간 2만1636원에서 2만8760원으로 32.93% 뛰었습니다.
 
이처럼 신선식품은 이상 기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폭염이나 폭우 발생 직후 가격이 급등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특히 여름 휴가철의 경우 단기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인데, 농산물 가격이 이렇게 급등하면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이상 기후에 따른 농가의 피해가 막심해지면서 정부 역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신속한 재해복구비 및 재해보험금 지급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체계를 꾸리고, 농업재해보험 조사 인력을 최대한 투입하는 등의 대응에 나섰습니다. 아울러 호우 이후 병해충 방제와 작물 생육 회복을 위해 약제·영양제도 할인 공급하고 있는데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침수 피해를 입은 농가를 방문하며 "신속한 손해 평가와 피해 조사를 통해 보험금과 복구비를 최대한 빨리 지급할 계획이다. 추가 피해 최소화와 복구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단편적 지원책도 좋지만 앞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시대가 일상화하는 만큼, 이에 대한 중장기적 측면의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발생한 이상 기후 충격은 1년 뒤 산업생산 증가율을 약 0.6%포인트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발생과 이에 따른 병충해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힐 경우, 신선식품 물가를 단기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며 "특히 신선식품은 특성상 비축마저도 쉽지 않다. 이미 수해 등이 터진 상황에서 대응하긴 늦다"고 말했습니다.
 
우 교수는 "다만 소비량이 많은 농산물에 대해 재배 면적을 면밀히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 측면에서 서서히 대비해나가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신선식품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수입선 다변화에 대해 탄력적인 시각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9일 경남 진주시 대곡면 일대 한 비닐하우스 단지가 침수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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