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또다시 나왔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낮춰 잡았습니다. 석 달 만에 눈높이를 절반이나 끌어내린 것인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도 대외 여건이 발목을 잡으면서 올해 0%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모습입니다.
석 달 만에 '반토막'…"수출 더욱 위축될 것"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5년 7월 아시아 경제 보충 전망'을 통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4월 전망치 1.5%에서 0.7%포인트나 낮춰 잡았습니다. 앞서 ADB는 지난해 12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로 제시했다가 4월 들어 1.5%로 0.5%포인트 낮춘 바 있습니다. ADB는 매년 4월 연간 전망을 내놓고, 이후 7월 보충 전망과 9월 수정 전망을 발표합니다.
ADB가 석 달 반에 성장률 눈높이를 절반 수준이나 낮춘 배경에는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위축과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ADB는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 증가와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수출은 앞으로도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ADB는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꼽았습니다. ADB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며 "새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시행되며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ADB의 전망치는 한국은행(0.8%)·한국개발연구원(KDI·0.8%)과 같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0%)·국제통화기금(IMF·1.0%)·산업연구원(1.0%)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안정성과 적극적인 확장 재정 기조 영향으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성장률을 상향하는 움직임도 보였지만, 여전히 0%대 전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주요 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월 말 평균 0.8%에서 6월 말 0.9%로 0.1% 높아졌습니다. 바클리가 1.0%에서 1.1%로,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0.8%에서 1.0%로, UBS가 1.0%에서 1.2%로 각각 전망치를 조정하면서 평균치도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1.1%, 노무라는 1.0%, HSBC는 0.7%, 씨티는 0.6%, JP모건은 0.5%를 각각 유지하면서 전체 평균은 여전히 0%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발 관세 전쟁에…아·태 지역 성장률 '뚝↓'
ADB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도 4월 전망 대비 0.3%포인트 낮춘 1.6%로 전망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무역 불확실성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입니다. ADB는 "내년 전망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무역 리스크는 여전히 성장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1.9%로 직전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했습니다. ADB는 "국제유가 및 식료품 가격 안정, 내수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물가 안정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전망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체 성장률 전망치는 4.9%에서 4.7%로 끌어내렸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4.8%로 전망했다가 4월 들어 0.1%포인트 높였는데, 이번에 0.2%포인트 다시 낮춘 것입니다. ADB는 "미국발 관세 전쟁에 따른 수출 위축이 아·태 전반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중동 등에서의 지정학적 갈등과 중국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도 성장 둔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주요 국가별로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4.7%로 유지됐고, 대만은 3.3%에서 3.5%로 상향 조정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인도(6.7%→6.5%) △홍콩(2.3%→2.0%) △태국(2.8%→1.8%) △싱가포르(2.6%→1.6%) △말레이시아(4.9%→4.3%) △필리핀(6.0%→5.6%) 등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부과로 한국 수출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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