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전세사기 배드뱅크, 난제 '수두룩'
금융당국, 선순위 채권 현황 점검…재원 마련 걸림돌
2025-08-01 13:36:51 2025-08-01 17:25:21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하는 가운데 재원 마련부터 향후 운영까지 풀어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1일 정치권과 금융권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배드뱅크 설립을 국정 과제 및 신속 추진 과제로 포함하며 제도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특별위원회는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 부처를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피해 주택에 대한 선순위 채권 현황 파악 등을 당부한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당국은 전국 피해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 현황과 매입 가능 규모 조사에 돌입했습니다.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구제 가능한 규모가 얼마인지 점검하는 차원으로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됩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내용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피해 주택의 경우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채권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정보보호법 예외 조항을 전세사기특별법에 포함해 다음 주 발의할 예정입니다. 금융권은 오는 4일 관련 간담회를 열고, 민주당 전세사기특위는 20일 관련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협의안을 도출할 예정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과 배드뱅크 설계안은 이르면 이달 중순 도출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배드뱅크가 설립될 경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LH 합작법인으로 구상하는 형태가 될 전망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상당수는 이미 금융회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로, 배드뱅크가 채권을 일괄 매입하면 선순위 채권자가 민간 금융회사 등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뀝니다. 이 경우 보증금 회수 비율을 높일 수 있고, 강제 퇴거 부담 등을 줄일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전세사기 배드뱅크 설립이 완료되더라도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재원 마련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힙니다. 여당과 금융당국에선 전세사기 배드뱅크의 총 사업 규모를 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캠코 재원만으로는 피해 주택 매입과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금융권이 실질적 재정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캠코 재원을 투입하더라도 정부 재정이나 금융사 출연금이란 점에서 사실상 재원 마련은 금융권에 전가될 공산이 큽니다. 
 
피해 주택 상당수가 경매가 유찰된 터라 실질적인 매입가와 복구 비용 부담이 큰데, 공공이 이를 매입할 경우 생기는 도덕적 해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정부가 특정 주택을 매입하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단 비판도 제기됩니다. 전세사기 피해자 외에도 다른 취약계층이나 채무자가 비슷한 구조의 공적 구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주택 소유의 권리 관계가 복잡하다는 점에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됩니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 대다수는 이미 '부실 채권'으로 분류된 상황입니다. 금융권의 손을 떠나 대부·추심 업체로 넘어간 상태로 대부분의 피해 주택이 근저당 설정, 경매 진행 중, 명의신탁, 다중 피해자 등으로 소유권 정리가 복잡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매입가율 산정이나 관련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난제로 꼽힙니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공공기관과 금융권이 손실을 부담하는 형태는 결국 전체 국민이 그 부담을 떠안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정부가 사기를 방조하다 이제 와서 세금으로 메운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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