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6·27 이후 집값 오르고 신용대출 늘고
2025-08-18 14:26:00 2025-08-18 15:48:3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계속 오르고 신용대출마저 크게 늘었습니다. 대책 직후 부동산 시장이 주춤하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결국엔 역효과만 낸 문재인정부와 닮은 꼴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 효과를 과신하지 말고 공급 확대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 여전
 
(그래픽=뉴스토마토)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0% 상승했습니다. 규제 직전과 비교하면 상승 폭은 줄었지만, 규제 이후 6주 연속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호가가 크게 빠지거나 집값이 뚜렷하게 하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지금의 통계는 명확한 신호라기보다는 조정 국면 속에서 발생하는 잡음에 가깝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제동향 8월' 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이 여전히 강한 매수세를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의 6월 매매거래량은 1만5400건으로 최근 3년 평균 7500건 대비 두 배 수준이었고 매매가격 상승률도 5월 0.38%에서 6월 0.95%로 증가했습니다. 수도권 역시 0.10%에서 0.37%로 상승 폭이 커졌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문재인정부 시절 '12·16 대책' 이후 상황과 유사합니다. 당시에도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했지만 주택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고 당시 초고가로 분류되던 15억원은 지금은 서울 주요 지역의 일반적인 가격대로 자리 잡았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의 27.7%가 15억원을 넘어섰습니다. 
 
다만 주택시장은 주식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만큼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선 분기 단위 이상 누적 통계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실수요자만 옥죄" 지적도
 
전문가들은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 규제만 강화할 경우 실수요자를 옥죄고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신용 기반의 실수요자는 대출 장벽에 막히지만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은 ‘갈아타기’ 매수에 나서면서 신용 배분의 불균형이 심화한다는 설명입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매수 부담이 늘어 거래량은 줄었으나 실수요층에 의한 가격 유지력은 여전히 강하다”며 “공급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갈아타기 수요와 강남 3구 중심의 가격 버팀목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공급 확대보다는 대출 규제에 치우친 정책은 단기적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공급 불안과 풍선효과 같은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가계대출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주담대를 대신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6·27 대책 직후 한달간 가계대출 증가 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주담대 대신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신용대출을 연소득 이내로 제한했음에도 수요는 늘어나는 모양새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64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000억원 늘었습니다. 이는 지난 3월 1조6000억원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으로 전월 6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 폭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규제 이전 거래하던 주택 매매 등에 따른 대출이 1~3개월 시차를 두고 실행되고 있으며 주담대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760조8845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조9111억원 늘어났습니다. 규제 직후 소폭 감소세를 보였던 가계대출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입니다. 
 
증가세를 이끈 것은 신용대출이었습니다. 7월 한 달간 4334억원 줄었던 신용대출은 8월 첫째 주에만 1조693억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6월 한 달 증가액(1조876억원)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전문가들은 신용대출은 단기·고금리 성격을 띠고 있어 경기 둔화나 금리 반등 시 상환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서 교수는 “금리 변동에 취약한 신용대출이나 단기대출 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리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는 금리 상승기에 상환 유예·연착륙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집값은 여전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시장의 강한 상승 압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을 넘어 신용대출로 옮겨 가며 또 다른 불안 요인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주택가가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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